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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그룹’

시론

중국역사서의 백미인 ‘사기’의 저자 사마천(司馬遷)은 젊은 시절 전쟁과 여행 등을 통해 사회현상과 역사에 대한 견문을 넓혀 통찰력을 기르고, 자연과학분야에서 국사의 기록을 관장하는 태사령이라는 관리직까지 경험하며, 당시 중국사회 대한 이해와 시각의 폭을 넓혀 훌륭한 사관을 갖춘 역사학자로 인정받는다. 그가 모아 후세에 전하는 이야기들 중에서, “智者千慮 必有一失, 지혜로운 사람도 많은 생각 중엔, 반드시 실책이 있다.” 라는 기록이 있다. 전쟁에서 패한 어느 장수가 답한 내용으로 겸허와 자신감이 동시에 담긴 말로 전해진다.

옛날과는 달리 숨가쁜 현대에서는 약간의 실수도 결정적 패인으로 작용하는데, 궁경에 이르러 무언가 너무 이리저리 골똘히 궁리하며 천 개도 넘는 묘수를 짜내다보면, 어느새 엉뚱하기 짝이 없는 생각이 하나 들어와 있는 지도 모르고, 그로 인해 잘 다듬어지던 지혜로운 생각들 구백 구십 아홉 개가 망쳐지는 실패와 허망함으로 해석해보고 싶기도 하다.

요즘 대한민국치과계는 온통 선거열풍이다. 2개 지부의 선거가 직선제로 마무리되었고, 이제 ‘본청, 本廳’의 선거가 진행 중이다. 학연과 지연, 친분과 조직,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플랫폼 위에서, 세대와 취향과 성향을 분석하고 활용하여 천 가지도 넘을 지혜들을 모으는 각 캠프의 숨소리가 거칠다.

필자는 치과의사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종종 “치과계는 개원가와 협회와 대학으로 구성된다고들 하지만, 지금 우리 치과계는 예컨대 협회 집행부선거와 같은 일에 전혀 관심이 없는, 상당히 커다란 ‘네 번째’의 구성그룹을 우리 안에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전하곤 한다. 그 그룹의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캠프마다 비슷한 임팩트의 공약과 전략, 위에 언급한 네트워크들의 활용능력 등이 대동소이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미루어 볼 때, 이번 직선제선거의 향방은 이 ‘네 번째 그룹’에 대한 이해와 접근방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답을 구한 캠프로 흘러갈 것이라고 감히 필자는 단언한다.

과연 ‘네 번째 그룹’은 어떤 성향일까? 여태껏 무관심해왔다는 공통점이 과연 이 그룹의 공통점일까? 필자는 이 그룹에 대한 이해의 첫 발자욱은 “망설이는 데는 천 가지 이유가 있지만, 결정하는 데에는 한 가지의 이유로 충분하다” 라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어져야한다고 생각한다. 이 ‘네 번째 그룹’을 구성하고 있는 회원 분들은 한 가지 이유로 질색을 하며 무관심의 숲으로 떠났거나, 그곳에 머무를 수 밖에 없는 그들만의 천 가지 이유들 역시 시끄러운 숲 바깥의 소란스러움에서 찾아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요컨대, 여러 가지 경황이 없을 숨가쁜 캠프마다 꼭 전하고 싶은, 모두를 위한 메시지가 있다. 혹시라도 구백 구십 아홉가지의 지혜로운 생각에 너무 매진하다보면, 한 가지 엄청나게 큰 실수를 범할 수도 있음을 기억해달라는 당부이다. 그 한 가지 실책에 어느 새내기 치과의사가 무관심의 숲으로 홀연히 떠난다면, 또는 그 숲에 머무르던 사람들에게 거기 계속 머무를 이유를 하나씩 더 안겨주게 된다면, 제 아무리 그 캠프가 당선을 하고 샴페인을 터뜨려도 우리 전체의 미래는 패배다. 거꾸로 그 ‘네 번째’ 숲이 귀 기울이고, 숲 밖의 움직임에 관심을 보이게 할 메시지를 찾아내어 외친다면, 그건 당락과 승패를 넘어 참으로 가치 있고, 두고두고 존경받을 일이며, 그 캠프가 바로 이번 선거의 승자이고 치과계의 밀알이다.

“智者千慮 必有一失”에서 “一失”을 현대적 시각으로 보아, 걱정스러운 가능성으로서의 “一失”을 이번 선거에서 찾아본다면, ‘네 번째 그룹’에 대한 무관심과 몰이해이다. 이 그룹 속에 우리의 희망이 있고, 또 해결해야 할 어려움이 함께 있기 때문이다. 캠프마다 천 가지 지혜들을 제안하는 책사격인 참모 분들은 이 ‘네 번째 그룹’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각별히 기울여 주기를 거듭 당부드린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용호 서울 중구회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