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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꿈이요? 판독 전문 치과죠”

이색 치과를 찾아서 - 나에게 맞는 치과 콘셉트는?
(2)박 혁 원장 (연세혁치과의원)
치과를 위한 치과, 영상치의학자의 미래 꿈꿔


개원 준비 시 가장 고민하는 부분 중 하나는 치과의 ‘콘셉트(concept)’일 겁니다. 특히 요즘처럼 개원 환경이 어려울 때는 기존 치과와의 차별화 전략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본지는 앞으로 수차례에 걸쳐 독특한 콘셉트의 ‘이색(異色) 치과’를 소개할 계획입니다. 새로운 형태의 치과 개원을 꿈꾸는 젊은 치과의사들이 참고할만한 모델을 제시하기 위함입니다<편집자 주>. 

‘영상 진단을 잘하는 치과’라는 문패가 홈페이지 대문에 걸려 있다. 가장 자신 있는 분야에 대한 요약이라면 그게 정답이다. 그가 최근까지 몸 담았던 대학병원에서 주로 해 왔던 일이기 때문이다.

15년간의 공직 생활을 접고 지난해 개원한 박 혁 원장(연세혁치과의원·전 연세치대 교수) 역시 지금은 스케일링과 엔도 시술을 하는 평범한 개원의지만 궁극에는 조금 다른 모습의 치과 모델을 지향한다. 다른 치과들의 환자 파노라마, CT 사진을 판독해 소견을 제시하는 전문센터를 온전히 만들어 가는 것이 그가 꿈꾸는 영상치의학 전공자로서의 새로운 개원 형태, 그리고 비전이다.

개원의가 환자 사진 자료를 설치된 프로그램을 통해 서버에 올리면 박 원장과 2명의 판독의가 이를 확인해 72시간 이내에 판독 소견이나 조언을 제공하고 소정의 판독비용을 받는다. 이른바 ‘치과를 위한 치과’인 셈이다. 최근에는 ‘강남치과영상원격판독센터’라는 작명까지 마치고 본격적인 판독 서비스 제공에 돌입했다.

주위에 영상치의학을 전공한 지인이 있다면 한 두 번 쯤 물어볼 수도 있겠지만 매번 모교의 ‘선학’들에게 가르침을 구하는 과정은 번거롭고 또한 면구스러운 일이다.

이 같은 상황과 심정에 박 원장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는 “저도 친구나 후배들이 카톡이나 이메일로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누가 돈 내고 판독을 받을까 하는 의문도 들겠지만, 우선 누구나 쉽게 물어볼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 “신뢰감 가지고 물어볼 창구 없어”

사실 이런 형태의 개원 모델은 영상치의학계 내부에서도 수년 간 지속적으로 논의돼 온 영역이다. 하지만 수련받은 치과의사의 수가 타과에 비해 적고, 대부분 공직을 선호하는 특성 상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았던 것이 현실이다.

해외 사례를 보면 영상치의학 전문의가 상주하는 센터가 환자 촬영 의뢰를 받아 영상과 판독 소견을 전송하는 형태가 확립돼 있지만, 국내에서는 관련 학회의 무료 서비스를 제외하면 일반 로컬에서 전문의 판독 소견을 의뢰할만한 공식적인 루트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이런 ‘원격판독 치과’가 담보할 수 있는 사회적 편익에 대해 물었다. 박 원장은 안전성과 신뢰성, 그리고 공익성을 첫 손에 꼽았다.

그는 “일단 개인 이메일이나 페이스북, 카톡 등을 통해 공유하는 방식은 그 형식상 안전하지 않기도 하지만 환자가 인지할 경우 법적인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그래서 폐쇄된 형태의 서버에 올리고 의료기관 사이에서 전송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박 원장은 “마땅한 창구가 없으니까 흔히 치과의사 내부 커뮤니티에 올려서 자문을 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답변들을 보면 아무래도 전공을 하신 분들이 아니기 때문에 자기 경험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이거나 잘못된 내용도 적지 않다”며 “제 이름을 걸고 하는 것이고, 믿을 수 있는 판독의 결과를 드리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신뢰성을 갖췄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80세에도 판독하는 길 열고 싶어”

판독의 결과가 환자 건강과 진실에 부합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도 그가 내건 전제조건이다.

“의뢰자가 원하는 방향, 입맛대로만 맞춰 결과를 내서는 곤란하다. 인접면 우식치만 찾아준다거나 임플란트 케이스만 분석해 주면 안 된다”는 게 박 원장의 소신이다.

하지만 이 같은 당위성과 현실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인 성과를 낙관할 수 없다는 게 냉엄한 시장의 논리다.

그는 “전문의 판독이 필요한 의과와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갑자기 수요가 많아질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늘 이메일을 보내 물어보는 제 친구 원장처럼 환자의 상태에 대해 궁금해 하는 치과의사들이 있기 때문에 제가 신뢰할 수 있는 어드바이스를 해 줄 수 있는 지점에 첫 발을 내딛는 것 뿐”이라고 자신의 의지를 규정했다.

다만, 박 원장은 “메디컬 쪽 영상의학과 의사들은 70~80세여도 판독만 하면서 무리 없이 생활을 하는데 우리도 그런 쪽으로 또 하나의 길을 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영상치의학 전공자들도 공직 뿐 아니라 치과를 대상으로 한 치과를 개원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