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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능유성’의 자세로 일평생 보존학에 정진

협회대상 학술상/이승종 명예교수
“작은 데 최선을 다하면 세상도 바꿀 수 있어”
치과계 일 챙기는 동시에 ‘목공’ 재미에 흠뻑


“대학에 몸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누구나 받고 싶어 하는 상을 받게 돼서 정말 영광입니다.”

이승종 명예교수는 인터뷰를 위해 자리에 앉자마자 기자에게 책을 한 권 건넸다. 책 제목은 ‘곡능유성(曲能有誠)’.

이 책은 이승종 교수가 지난 2월 정년퇴임하면서 그동안 써온 칼럼, 여행기, 인터뷰 등을 모아 엮은 ‘은퇴 기념집’이다. 치과보존학 대가의 만년의 기록이 오롯이 담겨 있다. 이 교수는 제목을 이렇게 설명했다.

“곡능유성이란 말은 <중용>에 나오는 말로, 작고 하찮은 일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치과의사에게 딱 맞는 말이죠. 이렇게 곡능유성하면 자신을 변화시키고, 주위를 변화시키고 나아가 세상의 시선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일생의 좌우명인 ‘곡능유성’은 그의 삶의 궤적 전체를 관통한다. 이승종 명예교수는 1975년 서울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를 취득, 1984년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치과병원에서 수련 후 1985년부터 연세치대에서 교편을 잡았다. 14권의 저서와 10권의 역서, 250여 편의 논문, 칼럼 등을 발표하면서 한국 치과보존학 및 근관치료학의 기틀을 닦았다고 평가받는다.


연세치대 원내진료실장, 평생교육원장, 교무부장, 교육위원장 등을 역임하고, 공직지부 학술이사, 치협 학술이사, 한국장애인치과학회 부회장, 아시아태평양 근관치료연맹 회장, 한국치의학교육학회 회장 등을 지냈다. 현재 자연치아아끼기운동본부 상임대표를 맡으면서 치과계 내외부의 의식 개선에도 진력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자연치아아끼기운동에 대한 질문을 이어 갔다. 그는 운동의 본질적인 목표는 ‘국민에게 사랑받는 치과의사’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 명예교수는 “2000년대 초중반 임플란트가 붐업되면서 많은 국민들 사이에서 ‘이 빼서 임플란트한다’는 오해가 생긴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사실이 안타까워 치과의사를 대상으로 다양한 내부 캠페인, 언론인터뷰 등을 진행했는데, 일부 기성언론에서 자성의 목소리를 갈등의 목소리로 왜곡하기도 했어요. 이후 만화, 포스터 등 대국민 사업을 통해 환자가 자연치아에 대해 중요성을 깨우치게끔 유도하고 있는데, 오로지 목표는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치과의사가 되는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의식과 더불어 구조의 문제에 대해서도 짚었다. 그는 “대구치 근관치료만 놓고 봤을 때 미국의 수가는 우리의 10배 이상인데, 이런 구조가 계속되는 한 미국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임플란트 시술 비율이 개선되고, 기본진료에 집중하는 풍토가 형성되기는 힘들 거라고 봅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2월 정년퇴임한 이승종 교수는 교편은 놓았지만, 여전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 학자, 치과의사로서 여전히 원내생진료실 임상기능평가, 장애인치과 진료 등을 챙기는 것 외에도 자연인 ‘이승종’으로서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게 이 명예교수의 귀띔.

“퇴임하고, 시원섭섭하다는 말보다는 30년 간 이어 온 생활패턴이 바뀌니 조금 얼떨떨한 느낌입니다. 지난해 연세대 평생교육원에서 6개월 정도 교육을 받고,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목공’을 하고 있어요. 앞으로 몇 년 동안 목공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서 사람의 손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손은 제2의 얼굴이기도 하죠. 더불어 방송통신대 인문학부에서 인문교양예술도 꾸준히 공부할 계획입니다. 후배들도 대화의 범위를 ‘환자, 골프’에서 크게 확장시켰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