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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어, 직원 수 줄였더니 더 행복해졌어요”

이색 치과를 찾아서 - 나에게 맞는 치과 콘셉트는?
(3) 나성식 원장 (나전치과의원)


개원 준비 시 가장 고민하는 부분 중 하나는 치과의 ‘콘셉트(concept)’일 겁니다. 특히 요즘처럼 개원 환경이 어려울 때는 기존 치과와의 차별화 전략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본지는 앞으로 수차례에 걸쳐 독특한 콘셉트의 ‘이색(異色) 치과’를 소개할 계획입니다. 새로운 형태의 치과 개원을 꿈꾸는 젊은 치과의사들이 참고할만한 모델을 제시하기 위함입니다<편집자 주>.


유니트체어 1대, 위생사 1명 미니멀리즘 치과
긴 호흡으로 여유있게 진료하고 싶다면 강추
환자에 100% 몰입 가능 안정감·신뢰감 높아

몇 년 전부터 국내에서도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미니멀 라이프란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을 두고 살아가는 삶을 일컫는다. 적게 가짐으로써 더 풍요롭게 살고자 하는 삶의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치과계에도 이 같은 미니멀리즘이 구현된 치과가 있다. 나전치과(원장 나성식)도 그중 하나다. 이 치과에는 유니트 체어가 1대밖에 없다. 치과위생사도 단 1명만 근무한다. 지난 12일 나전치과에서 나성식 원장을 만나 이 같은 콘셉트의 치과 개원 이야기를 들어봤다.

나 원장은 36년차 개원의다. 그가 지금 같은 형태의 치과를 시작한 건 약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나 원장이 미니멀리즘 치과로 전환하게 된 동기는 이렇다.

“대개 전문인들은 얼리 인컴(early income), 얼리 리타이어먼트(early retirement)를 원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했을 때 삶의 질이 별로 높지 않은 것 같아요. 나도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중에 어디선가 법정공휴일(약 120일)에다가 ‘자기 나이만큼 더 쉬라’는 이야기를 읽었어요. 가령 나이가 50살이면 50일을 더 쉬라는 의미지요. 그런 삶을 좇다 보니 이런 콘셉트의 치과를 하게 된 겁니다.”

그가 이 같은 형태의 개원 모델을 선택한 이유는 또 있다. “내과, 소아과에 가보면 머리가 희끗희끗한 분이 청진기를 목에 걸고 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너무 멋있게 보여요. 그런데 치과의사는 그런 사람이 별로 없지요. 개인적으로 나이 들어서도 환자들이 찾는 치과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나 원장은 자신이 어릴적에 다니던 소아과 선생님이 너무 멋있었다고 했다. 그 할아버지 의사 선생님만 보면 왠지 아픈 데가 다 낫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했단다. 어릴적 자신을 진료해준 그 선생님은 그의 롤 모델이 됐다. 그처럼 오랫동안 치과 진료를 하기 위해선 치과 규모를 줄여 진료 부담과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었다.



# “치과는 미니멀하게, 삶은 폭넓게”

그렇다면 미니멀리즘 치과의 장점은 무엇일까. 나 원장은 환자와 치과의사 입장을 나누어 설명했다. “우선 환자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몰입해준다는 느낌을 받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안정감과 신뢰감이 든다는 의견이 많죠. 치과의사인 제 입장에서는 모든 환자를 예약제로 받기 때문에 시간활용에 융통성이 있습니다. 거기다가 체어가 1대 뿐인 걸 아는 환자들이 진료 약속을 잘 지킵니다(웃음).”

하지만 체어가 1대밖에 없다 보니 예약이 어렵다고 불평하는 환자들도 있다고 한다. 또 환자들 가운데 일부는 이 같은 치과 콘셉트와 나 원장의 진료철학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기자는 좀 더 현실적인 부분이 궁금해졌다. 이 같은 개원 모델을 선택했을 때 과연 수익 창출이 어느 정도 가능한가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그로스 인컴은 확실히 작아집니다. 하지만 네트 인컴은 비슷하게 유지되는 것 같아요. 결국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가 문제인데요. 당장 외제 차 타야 하고 금방 내 집, 내 치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이런 식으로 개원하긴 어렵겠죠. 하지만 긴 호흡으로 여유 있게 진료하고 내 시간을 충분히 갖는 그런 생활을 꿈꾼다면 이런 콘셉트의 치과가 좋습니다.”

그는 치과 개원 준비 시 콘셉트 선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것이 치과의 규모를 키우거나 외형을 화려하게 하는 데 치중돼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치과도 (어떤 특색을 가짐으로써) 사람들에게 회자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치과 규모를 크게 하거나 외형을 화려하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게 1번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우리 치과엔 환자가 1명도 없어야 하는 게 맞겠죠(웃음).”

나 원장은 치과 규모는 작게 하더라도 삶의 폭은 넓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현재 스마일재단 이사장과 한국금연운동협의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남북치의학교류협회와 자연치아아끼기운동본부 등에서도 활동을 한다.

“치과의 규모와 삶의 폭은 별개예요. 자기 생활의 폭은 최대한 넓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삶의 폭을 넓히려면 치과의 규모는 줄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