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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불만은 '보물창고'다

환자 마음을 얻는 의료정보 표현력-1회

포스트비주얼(post visual)의 시대. 환자의 신체와 더불어 심리까지 어루만져야 하는 치과병의원에서 디자인은 단순히 ‘보기’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알토란같은 정보를 담고 있으면서 보기에도 좋은 디자인은 잘 쓴 안내서 10장 보다 전달력과 설득력이 있습니다. 디자인은 ‘소통’의 다른 이름입니다.
노경만 한줄정보디자이너는 치과에 근무하면서 번뜩이는 기획과 좋은 디자인으로 치과인과 환자들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기획에서부터 출발해 디자인으로 맺는 ‘소통의 결실’을 노경만 디자이너가 공개합니다.


“인문학적 사고”, “디자인씽킹”. 비즈니스 계에서 주목되는 이슈입니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우수함을 강조하던 시대가, 고객의 마음과 가치 속에서 혁신과 차별화를 찾는 시대로 연결됐습니다. 치과 계에 적용한다면 ‘최고의 시설과 의료진, 친절하게 모시겠습니다.’와 같은 상투적인 표현만으로는 차별화를 갖기 어렵게 된 것입니다. 치과 역시 새로운 생각과 표현력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디자인적 사고방식은 어떻게 해야 가질 수 있고 우리 치과에는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 농사법을 알고 싶다면 농사를 지어봐야 하고 디자인적 사고방식은 기획-디자인을 해보면 실마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5회 동안 디자인적 사고방식으로 바라보는 의료정보 표현력에 대한 이야기를 풀 것입니다. 목표는 고객 마음과 우리 마음이 연결 되는 것입니다.

 개인정보유출 사건이 연일 이슈가 되던 때였습니다. 신환이 오셨어요. 여느 때처럼 신환 접수지를 드리고 인적사항 기재를 요청 드렸습니다.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빈 공란으로 남기고 돌려주셨어요. 접수를 위해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여쭤보니 날카로운 고성이 돌아왔습니다.

“주민등록번호 수집은 불법 아닌가요? 개인정보니까! 뭐 이런 데가 다 있어!”하시며 접수지를 찢어 공중에 뿌리고 나가셨습니다.

얼굴이 빨개지고 마음은 억울했습니다. 데스크 선생님은 이런 컴플레인이 종종 있었다고 이야기 합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이런 스트레스를 종종 감당하고 있던 것입니다. 감정노동 14위라는 고개 숙인 순위는 이렇게 올라가고 있었네요. 어떻게 해야 상황을 바꿀 수 있을까 고민됐습니다.

디자인적 사고방식에서 중요한 것은 문제를 여러 방향에서 바라보는 것입니다. 치과 입장에서 ‘우리가 뭘 잘못했지?’. 올바른 정보를 말씀드렸고 응대가 불친절 하지도 않았습니다. 딱히 문제가 보이지 않습니다. 고객의 시선으로 질문을 바꿔보겠습니다.

‘뭐가 불편했지?’. 개인정보 요구가 불쾌했습니다. 고객이 알기로는 그건 불법이었으니까요. 두 가지 문제가 보입니다. ‘고객이 부족한 정보를 알고 있다’는 것과 ‘접수 전 설명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접수 전에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 이 두 가지를 해결해야 합니다.

의료기관에서 주민등록번호 수집에 대한 보건복지부 보도자료가 있습니다.[그림 1]

고객에게 잘 전달되는 정보가 되려면 핵심만 골라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도자료를 그대로 비치하면 마치 ‘필요한 정보는 고객 스스로 알아서 찾아보세요’라는 숨바꼭질 메시지를 주게 됩니다. 또 다른 불편입니다. 문제점이 고객의 관점에서 발견됐으니 고객 눈 높이에 맞게 핵심만 뽑아 전달해야 합니다. 고객은 우리가 전하는 모든 정보를 꼼꼼히 살펴볼 이유도 여유도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 환자 접수, 예약 할 때 주민등록번호를 수집 이용 할 수 있다.
다만, 건강보험 자격 조회와 검진 조회를 할 때로 제한한다.
이 두 가지가 가장 핵심이 되는 정보입니다.
 
 짧은 정보라도 고객 접수 때마다 말로 설명하는 것은 업무를 버겁게 합니다. 게시물로 만들어 비치하면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게시물의 크기는 치과에서 많이 사용하는 프린터에서 출력하기 편한 A4 용지 크기가 적당합니다. 더 큰 크기를 원한다면 A3 용지를 지원하는 프린터에서 출력하면 됩니다. 디자인 프로그램은 MS 파워포인트(MicroSoft PowerPoint)면 충분합니다. 프로그램 구입비용이 비교적 저렴하고 사용도 쉽고 여러 형식으로 변환할 수 있는 막강한 강점이 있습니다.

 A4 용지에 딱 맞게 출력하려면 파워포인트에서 슬라이드 크기를 A4로 설정해줘야 불필요한 여백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림 2]

PowerPoint 2010 버전
[디자인] - [페이지 설정]
PowerPoint 2013버전 이상
[디자인] - [슬라이드 크기] - [사용자 지정 슬라이드 크기]

제목과 내용은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논리적인 흐름, 감성적인 흐름 중 어떤 것을 강조할 것인가. 식상함은 피하고 전달력은 높이기 위해서 입니다. 보는 사람에게 낯선 정보라면 논리적인 흐름이 좋습니다. ‘잔디에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식입니다. 잘 알려져 있는 익숙한 정보라면 감성적인 흐름을 타는 것이 좋습니다. ‘자연이 자랄 수 있게 길을 따라 걸어주세요’ 같은 표현입니다. 중요한 것은 전달하려는 정보를 상대 머리 속에 구체적으로 그려주는 것입니다. 이번 경우는 고객이 헷갈리는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니 직설적인 표현이 좋습니다.

[삽입] - [텍스트 상자] - [가로 텍스트 상자]를 선택해서 제목과 내용을 입력합니다. [그림 3]

글자만 들어가는 것보다 이미지를 같이 넣으면 정보를 더욱 강조해 전달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 전공이 아니고 그림에 소질이 없어도 얼마든지 좋은 이미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해외 사이트 중에서는 고품질 이미지를 개인, 상업 모두 무료로 공유해주는 홈페이지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사이트가 아이콘파인더(http://www.iconfinder.com) 입니다. 필요한 이미지를 영어로 검색하고, 화면 왼쪽 검색 옵션 중 ‘Price’를 ‘Free’로 선택하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이미지만 모아 정렬 됩니다. 회사 로고 등으로 사용만 아니라면 상업적 무료 사용이 허용되어 있습니다.[그림 4]

게시물을 비치한 후 같은 컴플레인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가끔 의혹 가득한 목소리로 문의하시는 분들이 계셨지만 게시물을 가리키며 내용을 보여드리면 별다른 충돌 없이 수긍하셨습니다.

디자인적 사고방식은 내 시선 방향만 고집하지 않습니다. 여러 방향에서 이슈를 바라보고 해석합니다. 인기 높았던 MBC 드라마 ‘상도’에서는 보부상들이 독극물인 ‘비상’을 조금씩 복용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뼛속까지 냉기가 스며드는 추운 겨울, 허리를 에이는 등짐을 지고, 아득히 높은 산을 넘을 때 체력과 온기를 잃지 않기 위해서 입니다. 차가운 경쟁 속에 ‘고객의 불만’은 독하지만 때로는 생존을 위한 ‘상비약’이 될 수 있습니다. 바라보기 나름입니다.

노경만 한줄정보디자이너 | AThinker
-하이치과 경영기획 총무
chamelen12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