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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함께 행복한 치과의사로 살아갈 후배님들께…

Relay Essay 제2242번째

저는 누군가에게 저를 소개할 때 이렇게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저는 행복한 치과의사입니다.”라고.

저는 학생 때부터 하고자 하는 바가 뚜렸했었습니다. 여자이긴 하지만 개원해서 내 병원을 갖고 그 안에서 좋은 진료를 하고 싶다는 것. 2학년 때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수련을 받는 것이 꼭!! 필요한지 고민했었고, 수련 안 받으신 선생님들은 세미나 같은 것들을 들으면서 공부를 한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도대체 그 세미나가 어떤건지 알아보기 위해 선배님한테 부탁해서 원장님들이 들으시는 세미나를 들어보기도 했습니다. 수련기간 없이 바로 나가기로 결정한 이후로는 졸업 후 바로 원장님 소리 들으면서 환자를 봐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겁도 나서 치대도서관에서 임상책들을 자주 꺼내 봤었습니다.

원내생 때 서지컬 발치만 48개를 하고 졸업했고, 교정기공으로 토이셔 장치도 만들어보고, 교수님 옵저를 많이 했었습니다. 그러다 지치고 스트레스 받을 땐 원내생 기공실에 앉아서 조용히 기공들을 몰아서 하다보면 다시 기분이 풀리곤 했습니다. 간혹 한번 씩 동기들한테 “놓고가~ 해줄게~” 하는 말을 덧붙이고는 마치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앉아서…졸업 후에도 일이 끝나면 집으로 가지 않고 커피숍으로 가서 커피 한 잔에 베이글을 먹으며 11시까지 공부하다 집에 가는 날이 많았습니다. 주말은 세미나를 듣거나 도서관을 갔었고, 간혹 주중에 쉬는 날들은 선배 병원에 가서 옵저도 했었습니다. 그렇게 휴가 한번 없이 페이닥터 기간을 지내다가 약간은 갑작스럽게 개원을 하게 되었고 개원 후에도 대학원을 다니며 아직 공부의 끈은 놓지 않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왜 그렇게 치열하게 사냐며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그에 대한 저의 대답은 “재밌으니까”일 것 같습니다. 치열해 보였을지도 모르지만 이 모든 것들이 제가 하고자 하는 것들이었고 또 그에 대한 준비였기에 하나하나가 참 재밌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수술도, 엔도도, 보철, 발치에 RP까지도 재밌습니다. 환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재밌고(해병대 출신 환자분이 뱀 잡아 먹던 이야기부터,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온갖 가정사까지 다 듣게 되더군요) 치료가 끝나고 환자들이 만족해하며 감사하다고 직접 만들어온 머핀에, 샐러드, 해물파전, 4단 도시락 등은 평생 잊지 못할 감동입니다.

등산이 취미이신 한 환자분이 평생 정상에서 한 번도 사진을 찍어본 적이 없는데 원장님 덕에 이제는 정상에서 웃으면서 사진을 찍어본다며 진료실에서 핸드폰 사진을 한 장 한 장 보여주셨던 적도 있습니다. 내가 재밌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고 누군가에게는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참 행복합니다. 

어느 과를 수련을 받을지, 개원을 할지 말지, 하게 되면 어디에다가 할지 이 모든 것들에 대한 후배들의 질문에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한 탐구부터 시작하자고 하고 싶습니다. ‘소아치과가 진료도 배우고 교정도 배워서좋대~’ 하고 갔는데 내가 아이들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평생 일하면서 얼마나 스트레스 받겠어요. 보철을 사랑하고 풀마우스 케이스를 하고 싶은데 회사근처에서 깔끔하게 정장입고 오는 환자들이 인레이 하나씩만 하고 가면 진료도 재미가 없겠죠. 남들이 다 개원한다고 나도 꼭 개원해야 하나요? 제가 정말 존경하는 선배님 중에 평생 개원해 보신 적은 없지만 세계적인 임플란트 수술 대가이시고, 치과 원장님들의 연락을 받고 이 병원 저 병원에서 어려운 수술 환자들을 봐주시는 분도 계십니다. 남들이 덤핑 친다고 꼭 그 경쟁속으로 뛰어들 필요도 없고, 남들이 뭐 한다고 꼭 따라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큰 돈을 벌면 조금은 일이 재미가 없어도 돈 버는 맛(?)에 즐겁게 일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예전만큼 모든 치과들이 잘 되는 시기도 아니라고 하니 더더욱 내가 하고자 하는 바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치과의사라는 직업이 너무나 정교하고 섬세해서 때로는 힘들기도 하고 사람을 상대하다보면 상처받는 일들도 생기기도 하지만, 반대로 ‘사람’ 을 상대하는 일이기 때문에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아직은 갈길이 먼 새내기 치과의사라 생각합니다. 이제껏 참고 노력하고 수많은 힘들 시간들을 모두 잘 보내고 이 자리까지 와계신 훌륭한 후배님들께 저와 함께 이제부터 조금은 더 즐겁게 한발 한발 나아가자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

 
양은비 서울수락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