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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로서 행복하신가요?”

SNS·치의커뮤니티 등서 고충 나누며 위안
애환 나눌 수 있는 대상은 치과의사 동료뿐

“행복에도 ‘자산성 행복’과 ‘현금흐름성 행복’이 있는 거야. 어떤 행복은 뭔가를 성취하는 데서 오는 거야. (…) 그게 자산성 행복이야. (…) 어떤 사람은 정반대지. 이런 사람들은 행복의 금리가 낮아서, 행복 자산에서 이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이런 사람은 현금흐름성 행복을 많이 창출해야 돼.”(장강명, 《한국이 싫어서》 중)

에스엔에스(SNS)나 치과의사커뮤니티에는 치과의사로서 겪는 고충을 토로하는 글들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환자와의 분쟁, 직원 구하기의 어려움, 치과 매출 걱정, 세무조사 고민 등이 주로 담겨 있다.

이런 고충들로 인해 상당수의 치과의사는 치과 출근길이 별로 즐겁지 않을 때가 많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가끔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동료 여러분은 치과의사로서 행복하신가요? 만약 행복하다면, 그 행복 어떻게 얻고 있나요?”

# ‘치과대학 왜 갔을까’ 생각도

A원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 담벼락에 ‘토요일 근무의 애환’을 담은 글을 올렸다. “토요일에는 왠지 마음이 불편한 경우가 많다. 환자가 많으면 감사한 마음이 앞서야 하지만, 그런 날에는 힘들어서 불편하다. 또 ‘남들은 토요일에 쉬는데’ 하면서 불평하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14시 42분께 초등학생 아이와 엄마가 함께 내원했다. ‘상악전치가 돌출돼 전치부 교합이 깊은 것은 어떠냐’ 묻기에 ‘조금 심하다’고 하니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는다’면서 눈을 부라린다.”

B원장도 환자로 인한 스트레스를 페이스북에 털어놨다. “옆에서 통화 내용 우연히 들었을 때 분명히 직원이 친절하게 응대했는데, ‘불친절하다’며 화내는 (환자) 분이 계셔서 피곤하다.”

치과 매출로 인한 고민을 토로하는 경우도 많다. C원장은 한 치과의사커뮤니티에다가 “자식 두 명에다가 부모님께 생활비 보조하고 나니 별로 남는 게 없네요. 빚만 물려받은 ‘개천표 용’은 정말 치과의사라도 힘드네요. 포기하고 줄이면 된다지만, 그게 쉽지 않네요”라고 썼다. 

치과의사들을 힘들고 지치게 만드는 데엔 ‘제도적 변화’도 한몫 한다. 치과 개원가의 경영 환경이 날로 어려워지는 가운데 최근 ‘최저임금 인상’과 ‘문재인 케어’ 등이 잇달아 발표되자 이를 우려하는 치과의사들이 많은 것이다.

D원장은 이렇게까지 말했다. “이민 가고 싶은 심정이다. ‘치과대학 왜 갔을까’ 뭐 그런 생각까지 들곤 한다.” 

# “치과의사만이 치과의사 이해”

그렇다면 치과의사들은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 수 있을까. 사람은 제가끔 다른 요소에서 행복을 얻으므로 정답이 따로 있을 순 없다. 다만, 치과의사로서 겪는 고충을 나누고 위안을 받을 방법은 공통된 것으로 보인다. 그건 바로 ‘치과의사 동료’들과의 소통이다.

E원장은 “주변 치과의사들을 내 친구로 만들어야 한다. 옆 치과 원장은 경쟁자가 아니라 내가 힘들 때 도와줄 수 있는 동반자”라며 “동료 치과의사들과 같이 만나서 밥도 먹고 술도 마시는 게 좋다. 치과의사만이 치과의사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 가족도 이해 못 하는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젊은 치과의사들이 반 모임 등에 나가서 정보도 교환하고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면 좋을 것 같다. 그러면 분명 거기서 살아있는 답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치과의사들로 구성된 합창단에서 25년가량 활동한 F원장도 “합창단 활동을 통해 노래도 함께 하지만 치과계 선배들과 같이 지내면서 여러 가지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문화학자 엄기호 씨가 ‘단속사회’에서 지적한 내용은 새겨들을 만하다. 그는 이렇게 적었다.

“우리에게 부재한 것은 실존적 관계의 단절이 아니라 사적인 경험을 공적인 언어로 전환하는 관계의 부재다. 이런 관계가 부재함으로써 자신의 경험을 남도 듣고 참조하면 좋을 이야기로 만드는 능력 또한 전승되지 않는다. (중략) 내가 치른 경험이 다른 누군가의 참조점이 되고 다른 누구의 경험이 나의 참조점이 될 때 서로에게 기댈 수 있고 배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