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과 피아노
유년 시절, 여느 아이들처럼 어머니의 손을 잡고 우연히 피아노 학원을 방문한 것이 나의 피아노와의 인연의 시작이었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와 80년대의 경제발전과 더불어 클래식 음악, 특히 피아노 교육이 대중화되었다. 1980년대는 동네마다 피아노 학원이 생겨났던 시절이었다. 피아노는 클래식 악기 중 음량이 큰 편이고, 방음에 대한 개념이 약했던 시절이었기에 피아노 학원 근처는 피아노 선율이 크게 울려 퍼졌다. 특히, 오가다 들은 쇼팽의 피아노 선율은 참 아름다웠다. 은연중 피아노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어린 나는 클래식 음악과 첫 조우를 했다. 집에서도 한 번씩 연습하라고 할아버지가 사 주신 흰색 업라이트 피아노는 나와 우리 가족의 구심점이었다. 거실 한 켠에 자리 잡은 피아노의 덩치가 크기도 했지만, 가족을 한자리에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동생과 옆에 나란히 앉아서 젓가락 행진곡을 신나게 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피아노곡의 변주도 시도해보았고, 작곡도 해 본 기억이 난다. 운 좋게도 학창시절 내내 학급의 반주자로 역할을 할 수 있었는데, 늘 음악시간 전에는 어떻게 하면 더 잘 반주를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했었다. 또, 피아
- 이연희 경희대 치과병원 구강내과 교수
- 2020-06-29 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