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귀나무는 나에게 특별하다. 내가 숲공부를 할 때 우리 기수(숲연구소 30기) 이름이 바로 ‘자귀나무’였기 때문이다. 그 당시 낯선 이름이었지만 즐겁게 나무공부 하였던 기억이 있다. 자귀나무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는 아니지만, 가끔 아파트공원 또는 내가 출근하는 동부간선도로 옆에 수줍게 숨어있는 자귀나무를 발견할 때면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자귀나무의 정수는 꽃이다. 6~7월 장마 때 피기 시작하고 50개에서 80개 되는 연분홍빛 실타래뭉치 같은 꽃이 군데군데 열리는데 이 모습은 천상의 꽃처럼 신비하고 아름답다. 그 향기 또한 진하고 한번 맡으면 취하게 만든다. 실제로 중국 당나라의 두양의 부인은 남편의 베게밑에 자귀꽃을 두고 술에 타서 피곤한 남편을 기쁘게 했다는 이야기가 있고 서로 갈라져서 마주보던 잎들이 신기하게도 밤에 겹쳐지는 모양을 보고 남녀가 자는 모습 같다 하여 야합수(野合樹)라 불리기도 한다. 자귀의 어원은 우스개로 잠자는 귀신같다고 하여 ‘자귀’이고 나무 깍는 연장인 ‘자귀대’를 만드는 나무라 하여 ‘자귀나무’라 불리기도 하였다. 다른 이름으로는 합환목(合歡木), 껍질을 말려서 약초로 쓰는 합환피(合歡皮) 합혼수(合昏樹), 합혼
정부가 의대 정원을 확대할 전망이다. 규모에 대해서는 1000명에서 3000명에 이르기까지 온갖 추측성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그리고 10월 19일에는, 지방 의대 정원을 우선 늘리고 지역인재특별전형을 확대 시행하는 방안까지 발표하였다. 설문 결과 국민의 70% 이상이 이에 찬성하고 있고 목표 시행년도가 2025년이므로 조만간 입법 등 추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원 확대의 주된 근거로는 우리나라의 인구비례 의사 수가 OECD 가운데 최하위에 속할 정도로 의료 접근성이 안 좋다는 점, 그리고 일부 필수의료과목의 의사가 부족해 의료체계가 무너지고 있는 현실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필자는 우리 국민의 의료 접근성이 낮고 필수의료과목의 의사가 부족한 것이 의사가 적기 때문이라는 접근방식에 동의할 수 없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OECD 평균이 3.7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6명으로 부족하다고 하였다. 정치인들이 보통 이슈를 꺼낼 때 그들에게 유리한 ‘OECD 평균’ 수치를 가져다 쓰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만으로 ‘의사가 부족하다’고 외치는 것은 통계학적 오류다. 우리나라 의사의 연평균 근무일수는 301일로 그들이 좋아하는 ‘OECD 평균’ 노동시간을
여름 끝자락에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은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비행기의 착륙신호에 잠을 깼다. 그리고 창문을 통해 펼쳐지는 광활한 산맥들과 어둠을 밝히는 조명들… 스위스 제네바는 그렇게 초보 여행자를 따뜻하게 맞이해준다. 제네바 시는 취리히 다음가는 스위스 제2의 도시며, 프랑스와 마주보는 동네인지라 프랑스어가 사용되는 스위스 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다. 제네바는 편리한 교통, 쾌적하고 안전한 도시환경 그리고 중립국의 도시라는 상징성으로 많은 국제기구가 위치하여 ‘평화의 수도’로 불리며 국가 간 외교관계에 있어 주요한 장소이다. 그러다보니 ‘관광’에 초점을 맞춘 여행을 계획할 때는 사실 제네바를 들르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생애 첫 해외학회를 앞두고 있는 한 명의 전공의에게 이 도시는 굉장한 매력적인 도시였다. 구시가지에 위치한 생 피에르 대성당은 12세기에 시작되어 14세기까지 대규모 공사 후 완공되어 압도적인 화려함과 웅장함을 뽐내며 유럽에서 두번째로 큰 호수인 레만 호수의 물줄기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청량감과 시원함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구시가지에서 인접해있는 제네바 대학병원에서 제3차 국제 타액선내시경 학회가 개최되었다. 우리나라는 현재 초
요즘 우리 사회에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묻지마 범죄가 늘어나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이러한 강력범죄에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사형수들의 사형을 집행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에서도 사형수들을 서울구치소로 모아 언제라도 사형을 집행할 태세다. 왜 이 사람들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하는 것일까? 세계적으로 범죄율이 높은 나라로 알제리가 알려져 있다. 알제리는 다른 나라에 비해 강도, 살인 절도 등의 강력 범죄율이 두 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범죄심리학자들에게 이 나라 사람들은 높은 범죄성향이 있는 것으로 인지되었다. 하지만 프랑스로 이민을 간 알제리 사람들을 조사해 봤더니 프랑스인과 똑같은 범죄율을 나타냈다. 이것은 범죄를 유발하는 사회, 국가가 있다는 것이다. 범죄를 저지르는 개인도 문제지만 범죄를 유발하는 사회도 결코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는 많은 폭력으로부터 노출되어 있다. 국가, 지방단체, 윗사람으로부터 오는 수직 폭력에 우리는 저항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높은 세금, 높은 물가, 많은 노동시간, 열악한 작업환경 등은 우리가 쉽게 저항할 수 없는 수직 폭력이다. 알게 모르게 가해지는 수직 폭력은 개개인을
1997년에 라이온스 클럽에 입회하여 26년째 라이온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회장 및 지구총재를 거쳐, 2023년 7월 7일부터 11일까지 있었던 105차 보스톤 세계대회에서 국제이사로 투표를 통해서 당선돼 앞으로 2년간 활동을 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25번째 국제이사로 당선된 것이다. 국제라이온스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하자면, 국제라이온스 클럽의 태동은 1917년 자유, 지성, 우리 국가의 안전(Liberty, Intelligence, Our Nation’s safety) 이라는 라이온스 운동이 미국의 일리노이주 시카고시에서 기운이 싹트기 시작해 멜빈 존스가(Melvin Jones)가 처음 창설하였다. 현재 215개국에서 약 140만 명의 회원이 활동 중인 세계 최강의 봉사단체로서 전 세계에서 한해는 17명, 다음 해에는 18명의 국제이사를 선출하고 임기는 2년이므로 총 35명의 국제이사와 국제협회 회장단이 전 세계 라이온스를 이끌어 간다. 라이온은 각종모임에 참석하여 지역사회를 어떻게 최대한 도울 수 있는가를 의논하고 결정하며 각종 봉사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한다. 라이온스의 봉사 영역은 ‘우리는 봉사한다(We Serve)’라는 라이온스 모토로 글로벌 봉사체
각진 얼굴, 꼬투리를 잡으려는 듯 쉴 사이 없이 두리번거리며 예민함과 까다로움, 신경질을 담은 눈, 불만을 끊임없이 쏟아낼 듯 움찔거리는 입. 몇 해 전 나를 심하게 괴롭혔던 환자의 첫인상이다. 우리는 진료실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하게 된다. 개원 10년차가 넘으면 멍석을 깔아도 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겉모습으로 판단되어지는 것이 환자의 진료 만족도 내지는 결과와 연관성이 있음을 시사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외적인 정보가 주는 선입견의 함정에 빠져서는 환자들에게 최선의 진료를 해 줄 수 없다. 그러한 편견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의지의 한 단초로 우리가 겉모습에 집착하는 이유를 찾아가보고자 한다. 어린 시절 즐겨 읽었던 동화 속에는 아름다운 공주와 멋진 왕자가 자주 등장했다. 아름다운 외모의 주인공은 행복한 결말을 맺는다는 엔딩은 마치 한 세트 같았다. 콩쥐와 팥쥐, 신데렐라, 백설 공주만 해도 그렇다. 신데렐라의 나쁜 언니들, 백설 공주를 괴롭히는 여왕 등 주인공의 매력을 돋보이게 해주는 조연들은, 하나같이 못 생기고 못된 성격으로 그려졌다. 동화 밖의 세상은 다를까?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된다고 교육을 받았고, 가르치지만 평범한 외모의
코로나가 끝났다… 아니 유행은 하지만 감기나 별반 차이가 없이 약해진 것 같다. 움츠려 있던 일상생활의 구속이 풀리며 여기저기 만나자는 연락이 많이 온다. 어떻게 보면 지금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편하기는 한데 보고 싶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 준비는 해야겠다. ‘무슨 재밌는 일 없나’ 매일 들여다보는 톡에 3년여 만에 대학동기 모임 공지를 올리며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 한번 보자’ 생각해 본다. 반응이 괜찮다. 다들 오래 기다렸는지 어쩐지 기쁘게 댓글이 올라온다. 기분은 좋은데 역시나 댓글을 올리는 이들은 코로나 이전과 별반 차이 없이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뭐 이건 항상 느끼는 거라 지금은 새삼 신경도 안 쓴다. 그래도 가깝게 지내는 친구들의 호응이 많아서 기분은 좋다. 내가 모임 준비하는 것은 와이프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가시 돋친 잔소리와 타박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그냥 서로 모르는 게 편하니까 모임만 있다고 적당히 둘러대려고 한다. ‘아… 이것도 3년만 하면 꼬박 10년이구나.’ 주변 선배님들에게 문의도 하고 친구들하고 의논도 하니 이전보다는 계획을 세우고 진행하기가 많이 수월해졌다. ‘이제 마지막 점검만 하면 되겠네.’, ‘어릴적 소풍 전 설레는 마
저는 경기도 일산에서 의료재단안에 치과병원과 건강검진센터, 의생명연구소를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치과병원을 주로 하면서, 법정 종합검진 등을 할 수 있는 진료시설과 인력, 연구소를 갖추고 유지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굳이 제가 이런 플랫폼을 만들어 가는 주요한 이유는 구강건강이 우리 몸 전체의 질병과 건강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입증해 가고 싶은 소망과 욕망 때문입니다. 구강건강, 그중에서도 특히 구강마이크로바이옴이 가벼운 감기나 코로나는 물론, 고혈압 당뇨 같은 심혈관 문제, 심지어 대장암, 췌장암, 치매 같은 중대질환의 위험요소(risk factor)임은 갈수록 많은 문헌들이 증명해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입속세균 푸소박테리움(Fusobacterium nucleatum)은 대장암의 원인균(causality)으로까지 지목되어 치과에서보다 대장항문외과에서 훨씬 더 많이 회자되고 있고, 대장암 예방을 위해 푸소박테리움 백신까지 만들자는 제안까지 나와 있는 상태이니까요. 일상생활에서 보아도 치아와 혀, 침샘 턱뼈와 턱관절, 뇌신경 등의 중요한 인체구성물들이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협업하는 씹기운동, 꼭꼭씹기 만으로도 다이어트나 혈당 혈중지방, 인슐린저항성
인생 선배들 앞에서 어리고 철없는 내가 어떻게 삶에 대해 언급하겠냐만, 그래도 내 생각을 읊어보고자 한다. 비록 짧은 인생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인생이란 늘 갈림길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유치원, 초등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직장 등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든 선택의 기로 앞에 서니 말이다. 그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같은 행동에도 생각이 깊어지며 지나온 길들을 점점 되돌아보게 되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어린 시절 당차게 할 수 있던 선택들이 지금에 와서는 선택하는데 수년이 걸릴 수 있는 중대한 결정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후회되는 선택들에 있어 배움을 얻고 다시 한번 그 갈림길에 섰을 때 고민할 수 있는 경험을 얻은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들은 자주 이러한 주제로 얘기를 하고는 한다. “만약 네가 경험한 기억들을 전부 가지고 과거로 돌아가게 된다면 어떻게 할 거야?” 그런 생각을 하고 물어보는 사람도, 그리고 질문을 받은 사람들도 대부분 같은 대답을 할 것이다. 더 괜찮은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또는 후회 가득한 어조로 이렇게는 살지 않을 것이라고. 이러한 감정들을 되돌아보면서 느낀 것은 사람들은 지나온 삶
나와 함께 오랫동안 잠실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나무 친구들을 소개해볼까한다. 올해 여름의 뜨거운 무더위도 조금씩 잦아들고 어느덧 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이 시기 폭염을 꿋꿋이 버텨내고 꽃을 피워내는 나무가 있었으니 바로 배롱나무다. 배롱나무는 중국남부 원산지로 3~7m 크기의 소교목으로 미끈한 베이지색 수피는 고급스럽고 도도해 보이기까지 하다. 살짝 나무를 만져보자. 그리고 문질러 보자. 그러면 살짝살짝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배롱나무는 ‘간지럼나무’ 또는 ‘부끄럼나무’로 불리기도 하였다. 배롱나무의 원래 이름은 ‘백일홍나무’였다. 레이스 모양의 붉은 꽃들이 백일 동안 피고진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나 우리말의 연음현상으로 ‘백일홍-배기롱-배롱’으로 이름이 바뀐 것이다. 꽃은 7~10월 사이에 흰색, 분홍색, 홍색, 옅은 보라색 등으로 원추꽃차례로 가지에 길에 뻗어 피며 푸른 잎과 베이지색 나무줄기 사이에 화려하게 핀다. 비록 곤충을 끌 정도의 향기를 뿜지는 않지만 이 아름다운 자태만으로도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배롱나무는 여름에는 강하지만 얇은 수피 때문에 겨울에 털옷을 입혀주어야 한다. 그래서 겨울이 되기 전에
소복이 쌓여있는 눈길을 걸으면 뽀드득 소리와 함께 내 뒤에는 나를 항상 따라다니는 것이 있다. 발자국... 내가 좋던 싫던 발자국은 항상 내 한 발자국 뒤에서 나를 졸졸 따라다닌다. 발자국은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 내가 똑바로 걸으면 발자국도 바르게 걷고 내가 비틀거리며 걸으면 발자국도 같이 비틀거린다. 생각을 해보면 결국 내가 남긴 발자국은 내 과거와 같고 내가 어떻게 걸어왔는가를 확인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는 말이다. 모든 사람들은 반듯하고 잘 정렬되어있는, 보기 좋은 발자국을 남기고 싶어할 것이다. 그리고 그 중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발자국이 반듯하게 남겨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자. 내 발자국은 어떠한가? 어떤 사람은 자신이 남긴 발자국을 보고 후회하기도 할 것이고 실망하기도 할 것이다. 다시 뒷걸음쳐 되돌아가 고치고 싶지만 이미 한번 남겨진 발자국은 바꿀 수가 없다. 우리가 남기고 가는 발자국이... 내가 지나온 내 과거가 반듯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앞으로 내가 남길 발자국이 올바른 방향을 향해 있으려면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 눈을 감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어 앞으로 나아가보자.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