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이파리들이 모두 날려버린 앙상한 나무와 속청까지 얼어붙어 누워버린 하얀 갈대만 상상했다. 가끔씩 불어오던 삭풍은 기세를 접었고, 아지랑이 따라 비릿한 풀내음이 낮게 피어오르며 해빙되어 묵처럼 흔들리는 땅이 발아래 있었다. 모질게 추운 겨울을 견뎌내며, 명년을 애타게 기다렸을 씨앗들이 눈뜨고 속삭이는 봄이 오고 있었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한진규 치협 공보이사
경기도의 영통이라는 곳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분당으로 이사와 학창시절을 보낸 내가, 3년 전부터 서울역에 살고 있다. 서울 중에서도 “진짜 서울”같은 서울역에 살게 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지라 아직도 내가 서울특별시 중구에 산다는 게 낯설기만 하다. 서울살이의 역사를 되짚어보자면 학부 시절 관악에서 3년 정도 산 게 전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만하게 “관악은 서울이 아니야”라고 생각하곤 했다. 한강을 건널 때는 “진짜 서울”을 간다면서 들뜬 마음으로 한강 사진을 찍었던 것도 생각난다. 그런 내가 사람이 살 곳이 있는지도 몰랐던 ‘서울역’에 살게 되다니, 그제서야 비로소 서울 사람이 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서울살이 3년차, 나는 서울과 사랑에 빠졌다. 서울역에 사는 것은 예상보다 재미있다. 삐까뻔쩍한 건물들과 수없는 캐리어들이 익숙해진다. 매일 반찬거리를 사러 들르는 마트에는 외국인들이 더 많고, 종업원들도 영어로 먼저 말을 걸어온다. 내가 서울역을 좋아하는 첫번째 이유다. 말 그대로 “재미”있다. 뉴스와 신문에 나오는 모든 장면들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수없는 변화와 다양성 속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 즐거움은 나에게도 전달된다. 두번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오랜 기간 잘못된 스윙으로 골프를 쳐서 그런지 타수가 나아지지를 않아서 최근 레슨을 받으면서 고치고 있습니다. 새로운 방법으로 많은 걸 고치다 보니 스윙할 때 너무나 불편했습니다. 레슨 프로님의 말에 의하면 바뀐 스윙이 익숙해질 때까지는 엄청난 연습량이 필요하고 당분간 스윙이 불편한 것이 맞다고 합니다. 만약 편한 스윙이 되면 옛날 방식으로 잘못 스윙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연습량이 따라주지 못해서 그런지 자꾸만 옛날 방식으로 몸이 편한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책 읽기를 제대로 하는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 편중된 독서를 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는 한 분야의 책만 보는 것도 물론 중요하고 필요합니다만 다양성을 중요시하는 사회에서 편향된 독서를 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조금은 읽는 것이 힘들고 불편하더라고 밸런스있게 책을 잘 읽으려면 자신의 독서목록에 조금은 새로운 것들을 넣어
춘궁기라고 하여 보리가 아직 여물기 전인 음력으로 4~5월인 오뉴월은 굶주림으로 신음소리 가득한 애달픈 시기였습니다. 맥령기라고도 해서, 험한 산 하나를 넘듯 삶의 고비를 넘기기가 쉽지 않은 시기였기도 합니다. 그렇게 배고픈 시기가 언제였는지 잃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지금은 쌀 소비가 줄어들어 오히려 수출을 하고, 보리는 별미중의 별미요, 건강식으로 특별하게 찾아 먹는 시절이 되었으니 호시절이 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TV에서는 각종 요리 프로가 인기를 끌고, 먹을거리로 너튜브 방송이 넘치게 되었으니, 분명 먹고 사는 것으로 따지면 호시절이 맞겠지요.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배고픔으로 움켜쥐던 육신의 고통은 사라졌지만, 대신 무심함의 시선들만이 교차되는 신(新)춘궁기가 있는 듯합니다. “겉보리가 서 말만 있어도 처가살이 안한다.”는 속담은 껍질이 잘 벗겨지지 않은 하급 품질의 보리 약간만 있어도 남의 신세를 절대 안지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현입니다. 먹고 사는 문제를 떠나, 권력욕 혹은 금력에 취하여 자존감까지 버리지는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합니다. 황금빛 찬란한 보리밭에는 질척이는 욕망은 사라지고, 까끌까끌한 보리가시를 태우고 익혀진
고등학교 수학여행에 가면 장기자랑 대회를 합니다. 학생들이 주로 노래를 하거나 춤을 춥니다. 늘 노래와 춤, 둘 중에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 모습이 너무 구태 의연해 보였는지 수학여행을 앞둔 체육 시간에 체육 선생님께서 이제는 그런 틀에 박힌 것들에서 벗어나 뭔가 창의적인 것을 해봐야 한다고 한 말씀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말씀을 귀담아 들은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장기자랑 대회… 모두가 춤과 노래를 준비하여 나온 가운데 딱 한 팀이 극을 준비해서 나왔습니다. 체육 선생님의 말씀을 귀담아 들은 그 학생들이었죠. 귀추가 주목된 가운데 극이 시작되었습니다. 빗자루를 든 학생이 무대 위를 왔다 갔다… 오리걸음으로 몇 학생이 무대 위를 지나가고… 전달력이 전혀 없는 극은 그냥 그렇게 뭔가 하나보다 하다가 끝나고 말았습니다. 수학여행 무대의 한계였습니다. 결국에는 춤을 잘 춘 학생이 1등, 노래를 잘한 학생이 2등과 3등을 차지하며 장기자랑 대회는 막을 내렸습니다. 체육 선생님의 말씀을 귀담아 들은 학생들은 아무 상도 받지 못했습니다. 세트도 조명도 부실하고, 심지어 마이크도 충분치 않은 상황, 체육 선생님의 말씀이 틀린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그 말씀을 귀담아 들은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김준혁 치과의사·의료윤리학자 약력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졸, 동병원 소아치과 수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윤리 및 건강정책 교실 생명윤리 석사. 연세치대 치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저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2018), 역서 <의료인문학과 의학 교육>(2018) 등. 관심을 가지고 보는 분야라 지난번에 챗GPT의 교육 활용에 관한 글 잘 보았습니다. 생각하다 보니, 이런 챗봇 같은 인공지능이 지닌 윤리적 문제는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는 부분일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익명 살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말씀 주신 것처럼, 지난번에 챗GPT(ChatGPT)와 교육에 관한 내용
거칠고 진한 것들보다 부드럽고 연한 것들이 더 살갑게 다가오는 것은 노안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세상에 맞서는 것보다 순응하고 긍정하는 것을 더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입니다. 귀에 들어오는 소리가 점점 작아지는 것은 고집스러움이 귓밥으로 가득 찬 연유도 있겠지만, 그만큼 스스로를 잃지 않고 살아왔음도 인정해주렵니다. 말로 해명하고 모면하는 것보다 발로 뛰고 손으로 매만지면서 해결하는 것이 더 빠르고 확실한 것은 오랜 세월을 전문가로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오늘이 나와 당신과 우리들의 미래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은 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넘치기를 희망합니다. 아름다움을 탐하는 것을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지금”이, 행복하겠다는 결심의 순간이 되는 순간, 변화는 시작되는 것이고, 미래는 나의 것, 당신의 것, 우리의 것이 될 테니까요. 한진규 치협 공보이사
드디어 올 것이 왔습니다. 아내를 시작으로 아기와 저까지 온 가족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입니다. 변이를 거듭하며 독성이 약해졌다고는 하나, 저희 가족에게는 이번이 첫 감염인지라 증상도 우려도 결코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양성판정을 받은 아내가 격리하는 동안 아기와 둘이서 이틀을 무사히 지냈지만, 3일째 되는 새벽에 발열과 함께 보채는 아기 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덜컥 겁이 났습니다. 응급실을 고민할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평소에도 11개월 아기를 데리고 갈 만한 병원이 적은 탓이었습니다. 또 해열제를 먹이며 대증요법으로 아기를 돌보아야 하는데, 두 종류의 아기 해열용 상비약이 모두 최근 식약처 회수조치가 내려졌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보채다 지친 아기를 품에 안아 재우며 쉬지 않고 인터넷을 검색하여 정보를 모았고, 날이 밝자 가까운 소아과를 우선 방문하여 부자 모두 양성 확인을 받았습니다. 약도 넉넉히 받았고 온 가족이 양성이니 격리중인 아내도 귀가하여 일단 급한 불은 껐다고 안도하는 순간, 제 몸이 불덩이가 되었습니다. 결국 제가 이틀을 앓아누운 동안 아기는 발열과 해열을 거듭하며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아직 다 낫지 않은 몸
자연이 대리석을 깎아내어 험준한 계곡을 만들고, 제비들이 날아들어 절벽 구멍에 둥지를 튼다는 곳. 바로 대만의 제일명승지라는 태로각 협곡입니다. 태백산맥을 동서로 횡단하기 위해 넘는 대관령, 미시령, 한계령 등이 해발고도 1,000미터 아래임에도 힘들게 쉬면서 넘어가는데, 대만에는 3,000미터가 넘는 고봉 200여개가 남북을 가로질러 중앙산맥으로 위치합니다. 일제도 식민지 대만을 수탈하기 위한 동서 관통도로는 만들지 못하고, 해안을 따라 철로를 만들어야 했다고 합니다. 대륙의 반대편 태평양 쪽에 자주국방을 위한 군사적인 요충지 마련을 위해, 장개석 총통의 아들 장경국이 중국본토에서 건너온 퇴역군인들과 죄수, 민간인 등 450여명을 동원합니다. 동쪽의 화련 태로각 협곡부터 서쪽의 타이중까지 192km를 뚫어 만든 도로가 바로 “동서횡관공로”입니다. 기술도 장비도 변변치 않던 시절이라 삽과 망치로 터널을 깎고 파서 10년 걸릴 공사를 단 4년 만에 끝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땀과 피로 만든 도로로, 그때 희생되었던 226명의 위패를 모신 절이 장춘사입니다. 그 길은 이제 태로각 협곡의 절경을 감상하는 최적의 공간으로 대만 여행의 필수 코스가 되었습니다. 사진
대한치과의사협회 자재·표준위원회에서는 국제표준화기구 치과기술위원회(ISO/TC 106)에서 심의가 끝나 최근 발행된 치과 표준을 소개하는 기획연재를 2014년 2월부터 매달 게재하고 있습니다. 환자 진료와 치과산업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치과 금속재료에 대한 국제표준 치과용 금 합금과 치과용 비귀금속 합금 등에 대한 표준인 ISO 22674:2006 Dentistry ― Metallic materials for fixed and removable restorations and appliances(치과 - 고정식 및 가철식 수복물과 장치용 금속재료)는 ISO 22674:2016 두 번째 판으로 기술적 개정된 후 최근 다시 ISO 22674:2022 세 번째 판으로 개정되었다. ○ 2022년 8월 개정된 ISO 22674:2022 표준 세 번째 판에 대해 개정된 사항이 무엇인지를 알아봄으로써 금속의 제조자, 판매자 및 치과의사에게 이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ISO 22674:2022 표준의 중요사항 ○ 치과용 금속재료는 기계적 특성에 따라 아래 <표 1>에서와 같이 6가지 유형 번호로 분류하고 있다. ○ 분류 - 제0형 :
요즘들어 철학이나 심리학과 관련된 책을 찾아서 읽게 됩니다. ‘마흔에 읽는 니체’라는 책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읽다가 니체의 철학에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니체의 철학에서 가장 유명한 말은 ‘신은 죽었다’라는 말로 절대적인 가치를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스스로 가치를 세우는 것만이 의미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외에도 여러가지 니체가 말한 것들이 있지만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인 우연과 필연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니체는 사람들이 믿는 두 가지 영역이 있다고 말합니다: 하나는 목적과 의지의 영역, 그리고 다른 하나는 우연의 영역입니다. 목적과 의지는 우리가 무엇을 하고자 계획하고 노력하는 부분이고, 우연은 우리의 의도와 상관없이 발생하는 일, 즉 운입니다. 어렸을 때는 우연의 영역보다는 목적과 의지의 영역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특히 학업적인 부분, 공부해서 시험점수를 올리는 일은 운이란 요소보다는 노력이란 요소가 더 많은 작용을 합니다. 다이어트를 해서 살을 빼거나 웨이트 운동으로 근육을 증가시키는 일도 운보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마흔이 되어서 보니 운이라는 요소의 중요성도 점점 커지는 것이 보입니다. 치과개원을 하고 치과가 잘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