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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선거와 개혁
임철중(치협대의원총회 의장)

관리자 기자  2000.04.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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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꿈을 꾸었습니다.(I had a dream)』로 시작되는 故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은 20세기의 명연설중 하나로 남을 것이다. 흑인에 대한 차별(差別)을 없애려는 그의 투쟁방법은 똑같이 암살자의 흉탄(兇彈)에 쓰러진 말콤 엑스의 노선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엑스가 제도와 기득권층에 대한 과격한 도전을 수단으로 삼은데 비하여, 킹은 간디의 무저항주의를 현대화, 실용화한 비폭력운동으로 났다. 인간이 양식(良識)과 수치심에 호소하여 뿌리깊은 편견(偏見)을 사람들의 마음속으로부터 순화(純化)하려 한 것이다. 그 정신은 월남전을 전후하여 히피들의 평화운동이나 반핵 및 그린 피스 운동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믿는다. 사랑을 부르짖는 히피들의 기호(嗜好)는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의 발자국을 연상(聯想)시키지 않는가. 민주주의의 골간(骨幹)은 국민 모두에게 부여되는 『참정권(參政權)』과 그렇게 참여하여 합의한 제도를 수용하는 『법치주의(法治主義)』이다. 합리적인 참정권 행사를 위하여 보통·평등·자유·비밀 투표를 하여 정권 운영 대리인을 선출하고 대의(代議)제도를 둔다. 그리고 최상위법, 즉 헌법 앞에서는 누구에게도 성역(聖域)이 없다. 공산주의를 비롯한 전체주의 국가에서 투표방법이 다르고 당(黨)의 결정이 법 위에 군림하는 꼴을 보면, 이 두가지 요건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민주주의가 만능은 아니며 다만 보다 나은 대안(代案)이 없을 뿐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누구에게나 투표권이 있고 출마자격이 있다보니 뇌물이나 위협(威脅) 또는 감정에 흔들려, 제도 자체가 역기능(逆機能)장치로 변할 수도 있다. 그래서 제3의 장치, 즉 『국민의 양식(良識)』을 길러야 하고 따라서 최소한의 의무교육을 거쳐 민주시민의 자질(資質)을 갖추게 한다. 그러나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권을 쟁취하여 이익을 얻으려는 집단에게는 단순히 양식에만 호소하여 대항하기 어렵다. 그러기에 부단(不斷)한 감시망을 맡아줄 제4부 즉 언론의 중요성이 대두(擡頭)되고, 모두가 언론의 성직자적 중립성을 존중한다. 다시 자본주의의 치열한 경쟁속에 이제는 언론도 기업화, 제도권화하면서 『경영을 위한 타협』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되고, 드디어 양식과 행동을 갖춘 시민들이 모여 『제5의 기능』, 즉 총체적 감시를 맡는 압력단체로 등장한 것이다. 총선연대의 선거개혁 취지(趣旨)는 100% 옳으나 방법, 즉 낙선운동은 최악의 선택이었다. 첫째, 이 방법은 부정적 운동(Negative Capaign)의 극치(極致)다. 칭찬과 향상(向上)이 아니라 비방과 증오다. 증오는 격렬한 선동(煽動)성으로 일시적 인기를 몰아주지만, 궁극적으로는 시민운동의 존립기반인 『명분과 호응(呼應)』을 잃게하고 반드시 반작용을 부른다. 둘째, 낙천·낙선운동은 그 부정적 속성(屬性)상 충돌로 이어지고, 출동대상에는 결국 법과 제도까지 포함된다. 끝내 민주주의의 골간인 법치주의를 훼손(毁損)하여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만연(蔓延)시킨다. 이번 총선은 50여년 선거사상 가장 추악한 비방(誹謗)전을 보여주고 있다. 동기의 순수성에도 불구하고 이런 현상에 대한 『최대의 기여(寄與)자』는 바로 낙천 낙선운동이 아닐까. 거리에서 매일같이 보는 주차질서, 주행질서를 보라. 그리고 선거에 한번이라도 출마해본 사람이나 가족의 얘기를 들어보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민 모두의 『양식(良識)바로잡기』부터 시작해야한다. 『나라를 걱정하는 대학생들의 모임』이 개최한 『총선연대 낙선운동 반대』 시위를 보며 느끼는 감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