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6월 9일을 맞게 될 것이다. 혹자는 「치아의 날」이라고 하고 혹자는
「구강보건의 날」이라고도 하지만, 그 이름이 어떻든 구강건강의 중요성에 대해서 되새겨
보자는 날임에는 이의의 여지가 없겠다.
중부지역의 치과대학들 사이에는 6월 9일 즈음하여 학생들이 모여 축제를 벌이는
「6·9제」라는 행사가 있다. 1년 중 하필 6월 9일에 즈음하여 이 축제를 벌이는 이유라면
구강건강의 중요성을 생각하자는 의미가 들어있을 터인데, 현재 이 축제는 변변한
심포지엄이나 문화행사 하나 없는 체육행사로 전락하여 버렸다. 이럴 바에는 축제의 이름을
「치과대학생 체육대회」로 바꾸는 것이 낫겠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명분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습성에 젖게 되었다.
국사교과서에 명분을 고집하여 죽음을 택한 선비들은 이름조차 찾기 어렵고 명분을 뒤엎은
임금의 업적은 찬란하기도 하다. 요즈음이라고 해서 별로 다를 것도 없으니 명분이니 의미니
하는 것들이 다 시들해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흉보면서 닮아가서는 안될 일이다.
보건복지부에 구강보건과를 설치하기 위하여 백방으로 노력하던 얼마 전 그 때,
“치과의사과 만들면 간호과도 만들어야지”란 조소섞인 말들을 심심찮게 들어야 했고,
구강보건법을 통과시킬 때에도 “치과의사들 좋으려고 법을 만든다”라는 가슴아픈 기사를
접해야 했다.
그러나, 부서를 만들고 법을 통과시킬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이 「치무과」나
「치과의사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즉, 국민을 위한 것이라는 명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열리고 있다. 컴퓨터 책상 앞에만 앉으면 세계의 정보를 접할 수
있는데 하물며 국내 정보는 말할 나위가 없다.
이제 정부와 장막 뒤 협상을 벌여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국민을 직접 설득해야 한다.
진료수가에 문제가 있으면 무엇이 문제인지를 국민에게 납득시켜야 하고, 전문치의제에
문제가 있으면 이 역시 국민을 설득하여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작금의 전문치의제 논란
사태에서 시민단체를 배제시키려 한 집행부의 방책은 적절치 못했다.
6월 9일을 즈음한 약 1주의 기간은 1년 중 국민에게 한걸음 다가설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며, 「구강보건주간」이라는 명분에 맞는 기간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치과의사의 날」이나 「치과의사 체육의 날」 또는 「치과의원 공식 휴진의
날」로 이름을 바꾸는 것이 낫겠다.
국민들이 이러한 명칭이 붙은 날을 얼마나 되새겨 줄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