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협이 오래전부터 주장해 온 치과의사국가시험제도내에 예비시험제를 도입하는 문제가 별로
진척되고 있지 않아 안타깝다. 예비시험제도는 지난해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하 국시원)에 용역을 주어 연구결과가 이미 나온 상태이다.
연구결과 예비시험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얻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대로이다. 그러나 복지부에서는 이같은 연구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난달 18일에 이기택(李起澤) 협회장이
국시원 원장 취임 인사차 차흥봉(車興奉) 복지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복지부에서 이
제도의 도입을 적극 추진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섬으로써 치과계의 의지를 다시한번
내비추었다.
사실 예비시험제도 도입을 서둘러야 하는 쪽은 치과계나 의료계가 아닌 정부 자신이다.
의료인력 수급문제는 국가의 매우 중대한 정책 가운데 하나이다. 의료인이 너무 많이
배출되거나 반대로 너무 적게 배출될 경우 국민들이 겪는 고통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의료인 인력수급문제는 교육문제와 더불어 국가가 장기적으로 세워야 할 과제인 것이다.
그러나 지난 80년대 후반 이후 15년간 다른 국가에서 밀려온 유학생 수는 국가의 정책을
일거에 무너뜨리고 있었다.
특히 치과의사국가시험의 경우 90년대 들어 유학생 유입사태는 정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유학생 응시자 수가 90년 71명에 이어 93년 1백3명, 94년 1백82명, 95년 2백62명, 96년
3백30명, 97년 4백76명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다가 97년에 2백1명이라는 엄청난
유학생이 합격한 후 98년에는 다소 떨어져 3백85명, 99년에 3백47명이 응시하고 올해
2백77명이 응시했다. 물론 매년 국시에서 떨어진 수가 다음해에 덧붙여 응시하기는 하지만
어찌됐건 간에 한해에 수백명의 유학생이 응시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부당국이 이러한 현황을 직시하면서도 국가간에 호혜주의를 이유로 이를 방치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 일본 등 웬만한 국가에서는 자국의 의료인 인력수급을 위해, 또 의료인들의
질적 보호를 위해 예비시험제도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도 이같은
제도를 도입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본다. 이 제도가 호혜주의를 거스르거나 교육의
기회균등주의 원칙을 벗어나게 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당국자가
유학생이 몰려들고 있었던 90년대 10년간을 관통하는 동안 이 제도의 필요성을 먼저
인지하지 못하고 뒷짐만 지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의아할 뿐이다.
정부 당국은 이제라도 지난 10년간의 무사안일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동안 특정 국가에서만
몰려들다가 이제 볼리비아, 칠레 등 유학가기 편한 나라들에서도 유학생들이 몰려들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여 우리나라 의료인의 질적보호를 위해서라도 예비시험제도를 올해안에 반드시
도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