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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직업관과 윤리의식
박덕영(본지 집필위원)

관리자 기자  2000.05.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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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치과대학은 각기 나름대로의 교육목표를 가지고 있다. 학교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지식과 기술을 익히고 문제해결 능력을 배양하는 등 개괄적인 교육목표의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이러한 치과대학 교육목표 중에 치과의사로서의 사명감, 책임감 및 윤리의식을 갖추게 한다는 등의 교육목표는 거의 모든 치과대학 교육목표에 공통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그만큼 치과의사의 덕목으로 올바른 직업관과 직업윤리가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치과대학 교과과정 중 치과의사학이라는 1학점 남짓한 과목과 몇몇 대학에 개설되어 있는 의료윤리라는 강좌를 제외하고는 올바른 직업관과 윤리의식을 배양하기 위한 교과목을 찾아보기 힘들다. 학창시절의 동아리 활동이나 지도교수 면담제도 등이 이러한 교육목표를 달성시켜 주기 위한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데에는 문제가 있다. 동아리 가입이 전체 치과대학생의 의무가 아니며, 지도교수 면담이 전체 학생에게 균일하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목표에 명시되어 있는 이상, 이 교육목표를 달성할 방법도 교과과정 중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의료윤리학을 비롯한 인문과학 내지 사회과학적 성격의 과목을 수강한다고 모든 학생이 올바른 직업관을 갖추게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자연과학적 교과과정으로 점철된 치과대학 교육에서 학생들에게 직업이나 윤리에 대한 체계적 고민의 기회를 제공할 여지는 거의 없어 보인다. 대학입시를 위하여 초등학교 시절부터 내지는 그 이전부터 좌우 돌아볼 틈 없이 숨가쁘게 달려온 치과대학생들에게는 더더욱 이러한 기회를 제도적으로 제공하여야 한다. 그러나, 현재 이러한 논의를 공식적으로 거론할 수 있는 치과대학 교수협의체는 존재하지 않으며, 단지 한국치과대학장협의회 산하 한국치과대학교육협의회가 최근에서야 조직되었을 따름이다. 이 교육협의회가 학교별 개별행정과 미분화되어 있는 전공분야의 분야별 장벽을 상위에서 포괄하는 적분기능을 수행해낼 수 있을지는 아직 증명된 바 없다. 치과의사 수가 2만명을 넘어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이에 따라 치과의사간 경쟁이 심화될 것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기본상식이다. 직업관과 윤리의식에 기반하지 않은 치과의사간 경쟁행위나 진료행위는 국민에게까지 피해를 입힐 것이다. 치과대학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