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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몫을 주자
이재윤(본지 집필위원)

관리자 기자  2000.05.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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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의 계절이 깊어가고 있다. 4월과 5월은 대부분의 초등학교와 일부 중·고등학교에서 구강검진을 받고 있다. 성의 있는 담임선생님들은 그 날은 특별히 잇솔질을 잘 해올 것을 당부하는가 하면 세수도 깨끗이 하고 오라고 당부하기도 한다. 국민 소득이 높아진 덕분인지, 치과의사들의 노력 덕분인지 몰라도 해마다 조금씩 아동들의 구강상태가 좋아지는 것을 볼 때면 마음이 흐뭇해진다. 그런데 나는 잔인한 4월이 오면 슬그머니 겁이 난다. 너무 많은 초등학교에서 구강검진 요청전화를 해 오기 때문이다. 우리 치과의원에서 구강검진을 해마다 해 오고 있는 학교가 열일곱 학교가 되었는데도 자꾸 부탁이 들어와서 거절을 잘 못하는 나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딱하다. 15년 전만 하더라도 시내 중심지에 있는 초등학교 구강검진은 치과의사들이 앞다투어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리 시내학교라도 구강검진을 하고 싶어하는 치과는 거의 없다. 치과의사와 위생사 세 명이 하루종일 검진을 한 보수는 고작 7∼8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그것보다 몇 배나 검진료가 높은 직장이나 지역 구강검진도 기피하고 있는 실정인데, 턱없이 보수가 낮은 초등학교 구강검진을 선호할 까닭이 없다. 게다가 근자에는 과대광고 단속을 위해 구강검진 결과통보서에 구강검진을 한 치과를 표방할 수 없도록 했다. 실리가 없는데 명분마저 주지 않으니 치과의사들이 초등학교 구강검진을 기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우리 치과의사들이 구강검진을 기피한다면 누가 구강검진을 해 줄 것인가? 구강검진할 치과의사를 못 구해서 아우성치는 교사들의 비난을 어떻게 달랠 것인가? 우리 치과의사들이 우리들의 의무를 포기하고 개인이기주의자들로 인식되어 사회의 지탄을 받아도 우리는 건재할 수 있겠는가? 국민을 떠나서는 어떠한 직종도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치과의사들은 개인이기주의자로 더 이상 낙인이 찍혀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치과의사들은 그 해결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첫째는 각 시·도 치과의사회에서 각 치과마다 초등학교를 할당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둘째는 정부와 잘 타협해서 구강검진료를 대폭 올리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좋은 방법은 담당치과의사들에게 봉사의 보람을 줄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봉사와 다름없는 학교구강검진을 한 치과의사에게 구강검진 통지서에 치과의사 이름 석자를 넣게 해주는 방법도 괜찮을 것이다. 열심히 봉사하는 사람에게 조그만 몫을 주는 것에 너무 인색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