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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백(경기지부 남양주분회)

관리자 기자  2000.05.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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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제도든지 새로 생기면 법적인 논란이 따르게 마련이고 이익 당사자간의 분쟁은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 진정되고 또 새 제도에 적응하며 정착되기도 한다. 의약분업에 대한 의약 대립을 보는 정부와 국민의 시각도 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제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법 조항 하나하나에만 매달려 손익계산에 매달리다 보니 의약분규는 나무도 아닌 잎사귀만 보고 숲하고는 거리가 멀어진 느낌이다. 즉 현재의 의사들의 투쟁은 누가 보아도 밥그릇 지키기이다. 원래 의권수호는 단순한 밥그릇 싸움은 아니었다. 하지만 의사들의 움직임은 때를 완전히 놓쳤고, 그동안의 사회적 참여부족으로 인한 대중적인 불신으로 어떤 국민적 호응도 얻지 못했다. 이 불신에는 다른 요인들(예를 들어 왠지는 정말, 정말 모르겠지만, 법조비리, 공직비리 사건 등이 불거지면 2~3일후에는 의료부조리 사건이 반드시 방송을 탄다든지 하는 따위)이 강하게 작용했다 하더라도 의사들의 내부적 책임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 점은 치과의사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나는 극단적인 가정을 즐기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 글도 극단적인 가정이 많이 작용한다. 그러나 나쁜 일은 같이 다닌다는 말처럼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 먼저 보편적으로 논의되는 얘기, 즉 의약분업이 지금 안대로 시행되면 의원중 30%가 문을 닫느니 60%가 문을 닫느니 하는 문제다. 사실 병의원에 투자되는 비용을 갖고 혹 다른 상업을 하면 무엇을 하든지 그 만큼 못 벌겠느냐는 얘기는 이미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그런 중에 설상가상으로 병원운영에 또 압박을 가하는 것은 바위지고 있는데 자갈을 얹어주는 격이 될 것이다. 가정1. 그렇게해서 병의원이 1/2이하로 줄어드는 상황이 온다면 의료보험으로 한껏 낮아진 병의원 문턱은 다시 높아질 것이 아닌가? 완전한 의약분업(의사는 약에 손도 못대고, 약사의 임의조제는 절대 허용되지 않는)이 이루어진다면 약사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처방전을 읽을 줄 아는 것과 그대로 약을 소분하고 포장하는 능력 밖에는 필요가 없을 것이다. 겨우 이런 일을 하기 위해서 4년제(혹은 약사들이 주장하는 6년제) 약대에서 유기화학이니 무기화학이니 병리학이니 씨름할 이유가 무엇인가? 약사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과연 현재 정도의 고학력 약사가 필요한 것인가? 가정2. 이와 같이 필요성이 없어지는 현행과 같은 약대는 결국 6개월 연수라든지 혹은 2~3년의 전문대과정 등을 통해서 약사 자격을 취득하는 쪽으로 자연스럽게 변화되는 것이 사회의 요구가 되지 않겠는가? 이 때에 약사들은 또 얼마나 반발할 것인가… 어쩌면 약사 선배들은 후배들을 담보로 자기 이익만을 챙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과거 한약사제도 때의 약속으로 보아도 약사회는 후배들의 희생으로 선배가 사는 아름다운 미덕을 가지지 않았나 생각된다.) 또 약사 전체적으로 볼 때 의약분업은 스스로 모혈을 파는 것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또 약사들이 지금처럼 밤11시, 12시까지 약국을 열고 있을 이유가 없어진다. 개업약국 환경은 병의원 진료가 끝나는 시간에서 1시간 정도 후면 더 이상 처방전이 나오지 않을테니 문열고 있는 사람만 바보 꼴이 될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이 시간에 집중적인 임의 조제를 하겠다는 뜻 밖에 다른 뜻이 있겠는가?) 이럴 경우 매약(소화제,진통제 등)의 편의점 판매를 허용하지 않고 현재처럼 약사들이 쥐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가정3. 현재처럼 기초적인 매약의 슈퍼마켓 판매도 허용되지 않고 약국은 일찍 닫게 되면 야간에 갑작스런 두통이 와도 진통제 하나 살 수 없게 된다. 이 때의 국민적 반발은 어떻게 하려는 것인가? 위의 가정들에 따라 병의원은 줄어들고, 약사의 고학력의 필요성은 없어지고 따라서 약사의 학력은 낮아지고, 밤에는 진통제 하나 구할 수 없는 사회가 온다면 약의 오남용 없이 스스로 죽어가는 사회가 되는 것은 아닐는지? 더 이상 아무도 의사를 선망하지 않아 의사의 자질이 낮아지고 약사의 지위는 지금과 비교도 되지 않게 낮아져 더 이상 전문직이 아닌 상황이 될 때 우리나라에 더 이상 양질의 의료가 존재할지 걱정이 아니 될 수 없다. 필리핀처럼 의사면허자는 많지만 서로 의사를 안 하려 한다면 영국이나 일본처럼 잘못된 의료보험으로 인해 의료보험 비급여항목인 미용치료만 발달하는 기형적으로 왜곡된 형태의 의료만 남는다면… 한마디로 끔찍하다. 10년이 지났을 때 현정권 최악의 실정이 될는지도 모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끝으로 매우 지엽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