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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양동선(국립서울정신병원 치과과장)
치과는 미운 오리새끼

관리자 기자  2000.06.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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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무원 신분이 뭔지 몇 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신문지상에서 「비의료보험 의사 세무조사」라는 문구를 볼 때마다 울화가 치민다. 치과는 의과로부터 알게 모르게 무시당해오지만 오직 세무조사에서만 의사로서 인정을 받는 것 같다. 돌이켜 생각해 보자. 치과가 얼마나 하찮으면 종합병원 설립시 의료법을 고치려 하면서까지 치과를 빼려고 하지 않았는가. 수련시에 전문의도 아닌 것이라고 의과 수련의에게도 수차례 설움을 당하지 않았던가. 전문직 지방 공무원 채용시 전공과는 상관없이 무조건 치과는 "나"급으로 뽑지 않는가. 그렇다고 치과의사가 사망진단서나 전염병 신고를 할 수가 있나, 경력이 있어도 병원장이 될 수가 있나. 그 흔한 보건소장 자리도 요즘 들어서야 하늘에 별따기 식이지만 전에는 꿈도 못 꾸지 않았던가. 이 모두가 그저 치과라는 이름 때문에 받는 말못할 가슴앓이인 것이다. 그 아픔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두고 두고 발목을 잡는다. 단일과로는 타과에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아 개업가는 이미 아수라판이 되어 있고 용케 개업을 하더라도, 항상 입안에 흔적을 남겨 두고두고 잘했느니 못했느니 소리를 환자에게 들어야 하며, 일은 손을 거치지 않고 하는 일은 하나도 없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해야 하며, 어렵사리 못 먹던 밥을 먹게 해 주면 고맙게 생각하기는커녕 내가 너희들을 먹여 살렸으니 아프기만 해봐라 식으로 눈을 내려깔고 있으니 이게 어디 사람이 할 짓인가 한숨만 나오기 그지없다. 돈벌이로만 생각하면 성형외과, 정형외과에 비해 새발의 피이고, 같은 비보험처치시 한의과에 비하면 이건 중노동이면서도 치료후 다른과 처럼 대접을 받기를 하나 치료후 불평이 작기를 하나 어느 것 하나 좋은 것이 없으니 그저 답답하다. 그럼에도 오로지 세금문제에서만은 같은 의사로서, 비슷하게 버는 처지로서 의과에서 동등하게 생각하는 것은 배려가 아니라 전문의도 아니면서, 응급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그 정도 벌면 됐지 뭘 더 바라냐는 식으로 철저히 무시하는 것이다. 어차피 이런 흐름으로 치과가 국민이나 의료계나 세무당국에게 양철북이 된다면 가장 먼저 의료계에서 몰라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그럴 바엔 의과나 한의과처럼 어디 가서 소리 한번 질러 봤으면 좋겠다. 하지만 특별한 명분이 없지 않은가. 국민이 납득할만한 명분이…. 있긴 있다. 국민이 좋아하고 정부가 적극 찬성할 그런 명분이. 어차피 잘 벌지도 못하면서도 힘은 힘대로 들고 그러면서도 의사로서 대접도 못 받고, 같은 의료계에선 미운오리새끼 대접을 받고, 치과계 내부에선 피 터지고, 거의 다 노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비아냥을 들어야 하고, 세무당국으로부터는 끊임없는 세무압박을 받으면서 힘겹게 하루하루를 사느니 차라리 의료계 모두 100% 카드정산화하자고, 더 나아가 모든 사업장도 의무적으로 카드정산화하자고 치과에서 먼저 여의도에 모여(어차피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 것임) 소리 한번 크게 질러보면 가만히 앉아서 당하는 것보다 억울하지 않아서 좋고, 소리질러보니 속이라도 시원해서 좋고, 국민들에게 신임 얻어서 좋고, 깨끗한 나라 만들자는 것이니까 명분이라도 좋지 않은가 생각해 보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