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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의약분업시대 I
김영진(본지 집필위원)

관리자 기자  2000.07.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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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를 들끓게 했던 의약분업이란 대과제는 결국 시행하는 쪽으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정부와 의료기관, 약국 모두의 준비부족으로 인하여 한달간의 계도기간을 갖기로 함에 따라 병원에서는 처방전 발행이 안되고 약국에서는 약이 없어 조제할 수 없는 극한 상황에서는 일단 벗어났다. 정부측의 준비부족은 예정된 것이었다. 같은 성분에 다른 상품명을 가진 약품들의 약효를 비교, 검증하는 생물학적 약효 동등성 시험이 필요한 수천 가지 품목 중 겨우 이백여 품목만이 이 과정을 거쳤을 뿐이다. 같은 성분의 약품일지라도 여러 회사에서 다양한 상품명으로 발매되고 있으며, 어떤 조성으로, 어떤 공정을 거쳐 생산되느냐에 따라 약물의 생체 이용률이 다르고, 생체 이용률이 떨어지더라도 유효성과 안전성이 이미 인정된 제제들이므로 이것이 꼭 불량의약품이라고 속단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1종류 약품의 약효 동등성 시험에 삼사천만원이란 막대한 비용도 들어가지만, 안일한 계획아래 너무 늦게 시작하고 더디게 진행되었으니 애당초 7월 이전엔 완료될 수 없는 것이었다. 게다가 일부 제약회사에서는 아예 자료조차 제출하지 않은 마당에 대체조제의 허용이란 의사들 입장에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의료기관은 처방될 약품의 목록 작성과 처방전 발행 및 전송시스템이 미비하고 약국은 처방에 따라 조제해야 될 약품을 비축하기는커녕 구입에 앞선 선별작업조차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 이제 주어진 계도기간 동안, 정부에서는 약사법의 손질과 각종 전달체계의 정비, 약국에서는 필요의약품의 구비와 긴급 배송 체계의 확립, 의료기관 에서는 원내 재고 의약품의 소비와 처방전 발행 및 전송시스템의 준비 등 소홀했던 당면 과제들을 선결할 여유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이토록 준비가 미흡했던 상황에서 이를 완력으로 밀어붙이고자 했던 주무부서의 행정 편의적인 발상과 의사들의 합리적이고 정당한 주장을 검^경의 힘을 빌어 제압하려 했던 위정자들의 후안무치함은 의약분업 주체 모두에게 오랫동안 깊은 상처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