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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치과의사의 바캉스
이재윤(본지 집필위원)

관리자 기자  2000.07.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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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FDI 세계대회를 서울에서 개최할 때 독일에 사는 독일인 친구가 우리 치과에 들른 적이 있었다. 그는 독일에서 교정치과 병원을 개원하고 있는데 관리의사가 5명 있다고 했다. FDI 세계대회 참석을 위해서 왔지만 그의 부인의 고향인 한국도 둘러 볼겸해서 두달 간의 연가를 내어서 한국에 왔다고 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는 매년 한 두 달의 휴가를 즐긴다고 했다. 대구에서 나에게 골프 접대를 받은 그는 나를 독일에 초청할 터이니 꼭 오라고 당부했으나 바쁜 나의 스케쥴(Schedule) 때문에 독일에 가기는 힘들 것 같다. 몇 년 전 레이저 세미나 참석차 뉴욕에 5일간 머문 적이 있었는데 뉴욕 미세치과 회장인 J씨는 나에게 무슨 클라스(Class)의 비행기를 타고 왔는지 물었다. 내가 이코노믹 클라스(Economic Class)를 타고 왔다고 했더니, 그는 `끔찍해!"( It"s terrible!)라고 했다. 그는 해외에 자주 가는데 항상 일등칸을 탄다고 했다. 나는 한국의 치과의사들과 함께 세미나 참석차 외국에 여러 번 다녔어도 이코노믹 클라스를 탔지 일등석은 커녕 비즈니스 클라스(Business Class)를 타 본 적도 없었다. 우리의 사고방식으로는 왕복 스무 시간 편하게 가기 위해 1백여 만원씩이나 더 지불하고 비즈니스 클라스를 타는 것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 단체로 갈 때는 이코노믹 클라스를 타고 다니곤 한다. 그는 또 진료를 일주일에 이틀만 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오늘은 12개의 Crown & Bridge를 Preparation 하기 때문에 무척 행복하다고 했다. 크라운 1개당 8백달러이므로 무려 9천6백달러가 들어온다고 자랑을 했다. 그가 진료를 일주일에 두 번으로 줄이기까지는 무려 6년이 걸렸다고 한다. 예전에는 매일 지칠 정도로 많은 환자를 보았지만 수입은 별로 많지 않았다고 했다. 자기의 실력과 환자의 수준을 꾸준히 높이면서 점차적으로 진료일수를 줄여서 지금은 일주일에 이틀만 진료를 한다고 했다. 독일 치과의사의 두달 간의 휴가, 미국치과의사의 이틀 간의 진료는 우리로서는 꿈도 꾸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메뚜기도 오뉴월 한철이라고, 여름방학이 되면 꾸역꾸역 몰려오는 환자들 때문에 종업원들의 휴가를 윤번으로 보내 놓고도 원장은 바캉스(Vacance)를 쉽게 떠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 실정이다. 올 여름은 유난히 더울 듯 하다. 눈 질끈 감고 한 일주일 정도 바캉스 계획을 잡아보자! 휴식은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넣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