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사상 초유의 의료기관 집단폐업사태가 발발하여 나라가 온통 전시상황처럼 흔들렸다.
『치과의사들도 동참하여야 한다』는 생각부터 『폐업은 안된다』 내지는 『전면폐업이
문제이다』라는 시각까지, 양의사들의 폐업을 바라보는 치의사들의 시선은 양의사 못지 않게
다양한 듯 하다.
파업 내지는 폐업이 최후의 수단이라는 점은 상식에 속할 일이다. 폐업 이전에 협상을 위한
노력과 명분축적을 충실히, 그리고 충분히 수행해야 했다. 폐업을 불사할 정도로 중대한
사안에 대하여 양의사들은 6년의 준비기간 동안 그리 하였을까? 회원들의 의사를 제대로
묻지 않은 채 정부나 약사, 시민단체와 협상한 의협 회장, 회원의 의사가 반영될 길이 꽉
막혀 있는 대의원회, 집행진의 무능을 욕하면서도 이렇다할 움직임 없이 세월을 흘려보낸
일반회원. 이러한 상황에서 폐업은 최후의 수단이 아니라 제일 택하기 쉬운 방법이
아니었을까?
절대로 의약분업논란에서 소외될 수 없는, 소외되어서는 안 될 국민에게 취하여야 할 태도는
『너희는 잘 알지도 못하니까 빠져 있어』가 아니라 『이런 사정을 좀 알아주시고 동참하여
주십시오』이어야 한다. 과연 국민들은 일간신문의 광고를 읽으며 양의사들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 중앙단위의 시위와 광고만 할 것이 아니라 평소에 늘 얼굴을 접하던 환자들과
인근 주민들에게 다가서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지역운동이 있었어야 한다. 돈으로 일간신문
광고를 내고, 시위는 서울에서만 하고, 의원에 전단을 비치하는 몸 고달프지 않은 고상한
수준의 활동에서, 거리에서 행인에게 욕을 듣더라도 피켓들고 전단을 돌리며 몸으로
부딪히는 지역활동을 병행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폐업 전에도 이랬어야 하지만, 적어도
폐업기간 중만이라도 이러했어야 한다. 나는 아직도 양의사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의약분업의
모습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투쟁의 전선이 공공의료의 개혁까지 닿아 있는
것인지 의약분업 안에만 국한된 것인지도 혼동스럽다. 내가 이럴 때 일반인은 오죽하겠는가?
씁쓸한 것은 위의 글에서 주요단어 몇 개만 바꾸면 그대로 우리 모습 우리 상황이다.
시간있으신 분은 「숨은 그림 찾기」 하는 기분으로 패러디를 한번 시도해 보시기 바란다.
우리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이다. 공사장 옆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는
어린 아이 같이… . 감이 떨어지면 다행이지만 벽돌이 떨어지면 아우성을 치며 우왕좌왕할
우리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