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8·15 광복절에는 남북 이산가족이 분단 이후 처음으로 상봉하는 역사적인 드라마가
진행된다.
한반도가 민족상잔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이데올로기 전쟁을 치른지 50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서야 이뤄진 일이라 마치 꿈을 꾸는 듯하다. 전쟁 1세대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마련된 상봉의 자리라서 그런지 더욱 애가 끓고 가슴 메이게 한다. 그
이산가족들의 한을 50년이란 세월이 잘도 막아왔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니 도대체 이미 한물
간 이데올로기가 뭔지 야속하기만 하다.
치협은 이번 역사적인 남북 이산가족 상호방문을 맞이하여 나름대로 의미있는 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방북 노인들을 비롯, 이번 방북대열에서는 탈락됐어도 방북명단에 들어간
노인까지 총 1백38명을 대상으로 치협 차원에서 의치장착 등 무료 치과진료를 해 주고 있다.
이들 가운데 북측의 생존자를 찾지 못한 12명과 신상파악이 잘 안된 2명을 제외한 1백24명이
치과치료 대상자이다.
물론 이들에 대한 각계의 후원이 이어지고 있으나 치과계가 이렇게 나선 것은 매우 잘 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의료계 전체가 의약분업이라는 끝이 안보이는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마당에 치과계나마 이산가족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자 이같은 사업을
마련함으로써 의료인의 체면을 세워주었다고 하겠다. 이번에 혜택을 받는 이산가족을 비롯,
사회적 여론이 치과계에 대해 고마움과 찬사를 보낸 것으로도 치과계는 보람을 느낄 것이다.
더욱이 갑작스럽게 결정한 이같은 일에 해당지역 치과의사들이 적극 나서준 것을 보면서
치과계의 의식이 얼마나 성숙됐는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이산가족이 반세기 동안 참고 살아가야 했던 아픔과 슬픔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의 부채이자 짐이다. 그것은 단순히 이산가족만이 겪어야 하는 개인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와 우리 사회가 다 같이 아픔을 느끼고 치유해 나가도록 노력해야 하는
국민적인 비극인 것이다. 따라서 이번 이산가족 상봉은 절대로 위정자들의 과시업적으로
치장되거나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돼서는 안되며 더욱이 일회성으로 넘어가선 절대 안될
일이다. 지난 80년 초에 TV 방송매체를 통해 남한내의 이산가족찾기를 기억할 것이다. 그
생생한 살아있는 드라마를 보면서 4천만 전체가 울음바다가 되었던 그 때를 생각해 보자.
이산가족의 뼈아픈 아픔을 그 때 우리 국민 모두가 느끼지 않았던가.
이제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남북의 이산가족이 만나는 시간이 다가왔다.
남북한 7천만 국민 모두가 이데올로기를 떠나 한마음으로 이들의 역사적 상봉을 함께 경험할
것이다. 그 역사적인 순간에 치과계는 제 할 일을 훌륭히 해냈다. 아무튼 방북자의 건강해진
치아처럼 남북한이 보다 성숙하고 건강한 정신으로 한마음이 되기를 기원한다. 머지않아
통일이라는 실현가능한 꿈도 꿀 수 있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