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 틈에 끼어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리스에서 밤 열차를 타고 파리에 도착한
것은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 바로 다음날 아침이었습니다. 파리에서 우리를 맨 처음 맞이한
것은 너무나 지독한 지린내였습니다.
파리와 지린내! 파리가 깨끗하다거나 상쾌한 곳이 아니란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토록 심한
지린내로 우리를 반길 줄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끄는 가방 바퀴에 오줌을 묻히지 않으려는
노력은 처음부터 모두가 포기한 상태였습니다. 사람 오줌에 개 오줌까지 마구 내 질러놓은
상태였으니까요. 아마 축제라고 포도주를 많이 마신 덕분이었겠지요. 그래도 해도 너무 한다
싶었습니다.
마침 지하철을 갈아타며 몽마르뜨 언덕 근처에 예약된 호텔을 찾아가는데 지하철 공사구간을
만났습니다. 무료 버스를 갈아타고 공사구간을 지나 다시 지하철을 타야 했습니다.
공사구간은 지상에 설치된 선로였습니다. 그런데 철골 구조물로 이루어진 선로다리와 기둥을
보고 절로 감탄이 새어 나왔습니다. 주변 건물에 새겨진 조각들처럼 쇠기둥이 조각으로
디자인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놀랐습니다. 공사구간에 서 있는 버짐나무
가로수는 모두 각목 울타리로 보호되고 있었습니다. 지나다니는 공사 차량에 나무가
다칠까봐 보호대를 설치해 놓은 것입니다. 공사비용보다 다친 나무에 마음상할 시민들을
우선 생각하는 행정. 경제성 보다 생명가치를 더 앞세우는 부러운 철학. 「하마드뤼아데스
」!
하마드뤼아데스(hamadryades)가 무엇인지 모르신다구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나무의
요정들>이에요. <하마(hama)>는 <함께 한다>는 뜻, <드루스(drus)>는 <나무>라는
뜻입니다. <트리(tree)>의 원조가 바로 이 <드루스>인 것이지요. <하마드뤼아데스>는
따라서 <나무와 함께 하는 이들>이란 뜻입니다. 단수일 경우는
<하마드뤼아스(hamadryas)>이고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르페우스의 아내 에우뤼디케가
바로 나무의 요정 하마드뤼아스입니다.
과천에서는 4월 하순께 지구의 날 즈음 귀룽나무가 꽃을 피울 때 「귀룽제」를 엽니다.
귀룽나무 꽃 잔치지요. 이때 과천에 사시는 귀중한 이웃 소설가 이윤기 선생께서
하마드뤼아데스 원탁회의를 제안했습니다.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숲을 만들어 가면
이 세상은 정말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뀌어 갈테니까요.
파리의 행정가들은 바로 「하마드뤼아데스」였습니다. 지린내 나는 파리가 크게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