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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가위 斷想
김영환(국회의원)

관리자 기자  2000.09.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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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 한가위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같이 나누는 기회가 되어야 하는데, 올해는 안타깝게도 절기가 예년에 비해 빠른 탓에 가을걷이가 채 시작되기 전에 명절을 맞게 된다. 하기야 들판에 넘실대는 누런 결실의 열매를 보는 것만 해도 이미 마음은 넉넉해지지 않겠는가? 그런데 더구나 올해의 명절은 더 큰 기쁨을 주는 것 같다. 그건 바로 남북이 함께 보름달의 정취를 고루 나눌 수 있기에 그렇다. 우선은 이미 지난 광복절 즈음에 남북 전체를 울음바다로 만들었던 이산가족들의 상봉을 들 수 있을 것이고, 그리고는 북송을 희망하는 미전향장기수들의 북녘땅 출발이 9월 초순에 성사되는 것이 그 다음이며, 그리고 아마도 추석을 전후하여 또다시 이산가족들의 만남이 이루어 질 것이라는 희망 섞인 기대가 우리의 마음을 부풀게 하고 있다. 하기야 이런 한 두 번의 「사건」으로 끝날 일이 아니기에 우리는 이번 한가위에 유별난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것이다. 앞으로는 1천만에 육박한다는 남북이산가족들이 정기적으로 상봉하고 편지를 주고 받으며, 수시로 면회를 하고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는 기대도 이제는 현실감있게 다가온다. 바로 이런 차원에서 민족명절이 말 그대로 「민족적」 흥취와 기쁨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참으로 오랜만에 한반도 전체가 같은 마음으로 추석을 맞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잠깐 눈을 우리 내부로 돌려보면, 이런 들뜬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편치 않다. 아마도 우리 정치와 사회의 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과 반목, 그리고 뭔가 풀리지 않는 응어리가 우리를 짓누르고 있기에 그럴거라 짐작한다. 말로는 「개혁」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조금도 변하지 못한 여야의 대립으로 국민들은 짜증을 내고, 의료대란으로 고통을 감수하고 있지 않은가. 또한 아직도 IMF 구제금융시절의 여파로 생활이 어려운 이들이 적지 않다. 위기국면은 분명히 벗어났다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어려운 이들은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에게 명절은 또다른 위화감과 박탈감을 안겨주는 기회가 될 것이고 우리가 한껏 즐거움을 만끽하는데 주저케 하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민족이 하나되어 간다는 반가운 심정으로 맞는 명절에 진정 우리 내부도 하나되는 기회를 갖지 않으면 아니될 것이다. 그리하여 내 이웃과 더불어 나누고 서로 정을 확인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만 팔월 한가위가 진정으로 「민족의 명절」이 될 것이며 우리는 「하나 되는 민족」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