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시론>
인술의 대가
이재윤(본지 집필위원)

관리자 기자  2000.09.09 00:00:00

기사프린트

시인 테니슨(A. Tennyson)은 그의 시 ‘눈물" 에서 성스러운 불공평(Some divine despair)에서 나오는 눈물을 읊었지만, 우리 인간사회에서는 항상 불공평이 존재한다. 기회는 동등해야 되겠지만, 열심히 살고 노력하는 자는 게으른 자에 비해 대우를 받아야 한다. 국가에는 대통령 등 지도자들이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아야 하고, 집안에는 어른이 있어야 하며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있어야 한다. 물이나 에너지(Energy)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야 한다. 이 지구의 기후도 열대, 온대, 한대가 있는가 하면 사계(四季)가 있고, 삼한사온(三寒四溫)이 있으며 끊임없이 기류가 이동한다. 만일 이 에너지의 차이가 없어 바람이 잠시라도 멈춘다면 우리 인간은 질식하여 죽고 만다. 가령 우리가 잠을 자고 있을 때 공기의 움직임이 없으면 산소부족으로 몇 분내에 질식사하고 말 것이다. 의약분업사태 때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은 의사들이 아직도 사회에서 대우를 받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의사들은 당연히 좋은 대우를 받아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의사들이 대우를 받아야 하는 이유는 공부를 많이 했거나 투자를 많이 했기 때문이 아니다. 귀중한 인간의 생명을 다루기 때문이다. 질병은 기술이나 지식 혹은 약으로만 나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들은 잘 안다. 의사들이 환자를 낫게 할 수 있는 정신적인 힘과 환자들의 의사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감이 치료와 치유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인간이 좋은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의사를 존경해야 한다. 학창시절 때의 일이다. 치과대학생과 타대학생들이 의료봉사와 농활 봉사를 끝낸 후 토론을 할 때 농부들로부터 차등대우를 받은 한 법과대학생이 “왜 치대생들은 궂은 일도 하지않고 깨끗한 옷을 입고 필터 담배를 피우느냐"며 불평을 했다. 그 때 나의 친구 이희원이라는 치대생이 일어나서 얘기했다. “우리는 예과를 마친 본과생들로서 너희들보다 형님뻘이 되는 것이 그 이유이며, 우리가 깨끗하지 못한 옷을 입고 필터도 없는 담배를 피운 손으로 니코틴냄새를 피우면서 치료를 한다면 좋은 치료가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농부 또한 원하지 않을 것이다 "라고 답변했을 때 타과대학생들은 아무 반론도 펴지 못했다. 우리 의사의 손은 피묻은 가축도살자의 손이 되어서도 안되며, 흙 묻은 농부의 손이 되어서도 안되며, 황진이의 섬섬옥수가 되어서도 안된다. 우리 의사의 손은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약손" 이어야 한다. 그들에 대한 보수 또한 노동의 대가만을 주어서는 안 되며 분명 인술의 대가도 지불해야 한다. 가족이나 본인이 병원에서 수술을 받아 본 사람은 담당의사의 손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새삼 느꼈을 것이며, 그 의사가 최고의 능력과 컨디션으로 좋은 수술을 할 수 있도록 간절히 빌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인간은 결국은 병마와 싸우게 되며 치료를 위해 의사에게 자기자신을 맡기게 된다. 그런 의사들을 우리는 좀더 소중하게 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