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7시30분 서울 메리어트 호텔 3층 회의실.
오늘 오전회의는 요양급여협의회 2차회의로 위원장을 선출하는 날이다.
촌각을 쪼개 쓰는 각 의약계 단체장들이지만 이날 회의의 중요성을 감안, 새벽잠을 뒤로한
채 치협 이기택 협회장을 비롯, 약사회, 간호협회, 한의사협회, 치과병원협회, 조산사협회 등
각 단체 단체장들이 속속 도착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는 복지부 보건정책국장과 위원장이 되려는 의협 회장은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모 단체장이 물었다. 복지부 대표는 왜 오지 않느냐고?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계와 협상준비
때문에 못 오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최근 의약분업과 관련 의료계 폐업 사태가 국가적인 고민거리로 등장하면서 정부는 의약분업
파행 해결에 총력을 쏟고 있다. 의협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날 오전회의에 참석한 단체장들은 각 단체 소속 회원들의 신임을 얻어 뽑힌 그
단체의 대표자들이다.
그 단체장을 무시하면 소속회원들을 무시하는 처사가 되는 것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단체들의 회원 수는 어림잡아 12만명. 의협의 2배이상 되는 셈이다.
복지부 대표는 일절 양해도 없이 참석하지 않았고 위원장이 못된다면 법을 바꿔서라도
자신들의 뜻대로 하겠다며 불참한 의협.
이날 보여준 복지부와 의협의 태도는 12만명 이상의 동료의료인을 존중하는 마음은 아예
없었다.
의사 폐업사태에 얼이 빠진 복지부. 의료계 맏형이라고 아직도 자만하는 의협. 복지부에 대한
각 단체의 불신과 의협에 대한 불쾌감은 이렇게 쌓여가고 있었다.
<박동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