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사설>
복지부의 망각
의사만이 의료인 아니다

관리자 기자  2000.09.30 00:00:00

기사프린트

보건복지부가 의약분업 사태로 어지간히 애를 먹고 있다. 의협이 연일 파업 등 강행으로 치닫자 결국 崔善政(최선정) 복지부 장관이 사과성 발언을 하기에 이르고 있다. 이제 어느정도 정부와 의사단체간의 타협점을 찾는 일만 남은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주시하면서 의사단체를 제외한 다른 의료인단체들은 복지부의 자세와 시각에 대해 심히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번 사태에 관한 한 복지부는 눈앞에 닥친 의사들의 파업만 봤을 뿐 주변 정황에 대해서는 거들떠보려 하지 않는 우를 범하고 있다. 복지부는 최근 요양급여비용협의회의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참석 위원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의사단체의 요구에만 신경을 썼다. 분명히 관련법에 의하면 요양급여협의회의 위원장은 협의회 위원들이 선출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적으로 무시했다. 1차 회의 때는 의사단체장이 위원장으로 선출되기 어렵게 되자 의사단체장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으며, 2차 회의 때는 협의회 위원을 맡고 있는 복지부 담당자가 의사단체장과 함께 참석하지 않는 무례함(?)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사정이야 있었을지 모르지만 새벽 일찍 의료인 단체장들이 모인 중요한 자리에 주관 부서인 복지부가 참석하지 않은 것은 상식 밖이다. 그만큼 복지부는 의사단체 외에는 안중에 없다는 뜻으로 보인다. 더욱이 의사단체의 요구 안을 대변이라도 하듯이 국민건강보험법을 개정해서라도 수가계약제를 각 단체별로 하겠다는 발언이 정부 정책담당자 입에서 나오고 있는 것은 이미 복지부가 제 기능을 잃었다고 밖에 이해할 수 없다. 복지부는 법을 집행하고 제도를 시행하는 기관이다. 복지부는 어느 한 단체의 대변인이 아니라 국민을 우선 시하며 각 이해단체간의 조율을 통해 사회전반이 균형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기관이다. 국민들은 이러한 일들을 잘 해 달라고 세금을 내는 것이고 공무원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자신의 봉급을 받고 다양한 복지 및 보건에 관한 정책과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복지부는 이미 이를 망각한 것 같다. 국회에서 통과된 국민건강보험법을, 그것도 만든지 몇 달 안돼 제대로 시행조차 해보지 않은 법을 개정해서라도 의사단체의 주장을 들어주겠다는 것은 상식 선을 이미 넘었다. 그런 식으로라면 협의회의 다른 단체장들은 의사단체의 들러리라는 뜻이고 우리나라 보건복지에 관한 정책과 제도는 오로지 의사단체에 촛점을 맞추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 복지부는 법에 명시된 대로 집행하면 된다. 그것이 무엇보다도 우선돼야 할 자세다. 아무리 다급한 일이 벌어졌다고 해도 초법적으로 처리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복지부는 이제라도 이성을 찾을 때이다. 만일 복지부 방침이 계속 이런 식으로 간다면 앞으로 다른 단체들도 자신들의 주장과 요구가 있을 때 의사단체처럼 하라고 부추키는 것과 진배없다. 부디 정부 당국자가 심지를 가지고 사태에 사리있게 대처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