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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사외 이사
송학선(본지 집필위원)

관리자 기자  2000.09.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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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건너 불 구경 한번 해 보시겠습니까? 가십처럼 가볍게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지난 9월 10일경 배포된 17일자 일요신문에 ‘최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사외이사 자격논란"이란 기사가 실렸습니다. 그러자 9월 17일자 몇몇 일간지에 다시 기사가 보도되고 다음날 사설로 논평이 나오는 등 시민단체와 활동가가 제법 큰 타격을 입을 것 같은 일들이 전개되었습니다. 한 시민운동가의 사외이사 활동을 두고 기업을 봐준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거나 주식을 양도받은 것처럼 독자들이 오해할만한 보도를 낸 것입니다. 사외이사(社外理事)가 무엇인가요? 97년 기아자동차는 부도위기에 몰려있었습니다. 당시 국민여론은 경영진이 불투명한 경영으로 인해 기아차를 부도위기로 몰아간 것에 대해 분노했고 경영진의 독단적인 경영을 기업 내부에서 견제할 사회적 장치에 대해 논의가 모아졌습니다. 그때 시민사회단체는 사외이사제도를 우리 기업이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시민운동을 펼친 바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시민운동가로는 최초로 사외이사가 되었습니다. 그 당시 언론은 기업이 공영성과 투명성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시민운동가가 사외이사로 참여해야 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래 놓고는 이제 와서 시민운동가가 무슨 전문성으로 경영에 참여하느냐고 되묻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두 기업에서 월 약 5백만원 정도의 수당을 받은 게 부도덕하다는 것입니다. 그 동안의 활동과 전문성 그리고 헌신적 노력으로 얻어진 경륜이 대가 받았다고 생각하면 잘못된 것인가요? 또 사외이사 역시 기업이 망하면 같이 망하는 무한책임을 지게 되더군요. 더구나 지금 고3인 딸이 자라는 동안 등록금까지도 환경운동 활동비로 가져다 쓴 그입니다. 당연히 생활비로 집안에 들여놓아야 할 돈을 아내에게는 알리지도 않은 채 시민운동 활동비로 내 놓았습니다. 그런 그가 과연 비도덕적인가요? 사실 그가 이사회에 참석했다는 것만으로도 다른 이사들이 눈치를 보며 환경 관련 투자를 과다하다 할 정도로 늘였고 친환경적 경영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을 이 단체는 사외이사 제도에 대한 시민사회의 폭넓은 논의의 계기로 삼을 것이며, 또 국민들의 우려를 보다 높은 윤리적 긴장감을 가지고 환경운동에 매진하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인다니 잘 되었습니다. 자, 그런데요 일요신문 기자가 다른 시민단체에 전한 말은 “데스크의 지시로 기사를 작성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랬습니다. 과연 누구의 작품일까요? 국민들로부터 받는 따가운 질책을 다른 곳으로 돌려 피하고 싶은 정치권일까요? 시민단체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못된 짓을 한 건 진행해야만 할 행정부의 어디일까요? 아니면 총선연대 활동에 혼이 난 뒤 복수의 칼을 갈고 있는 누구인가요? 글쎄요? 어찌되었던 아직도 힘있는 자들의 음모와 술수의 도구 노릇이나 하고 있는 언론이 있습니다. 언론 개혁도 곧 이루어 내야 할 우리들의 크나 큰 과제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