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와 의사는 어떠한 관계인가. 환자진료라는 동일 목적을 가진 의료인이면서도 종종
같은 직종인가를 의심하게 된다. 최근 요양급여비용협의회(이하 협의회)의 위원장에
李起澤(이기택) 협회장이 선출된 것을 두고 의사들의 항의성 글들이 연일 통신상에 뜨고
있다. 의협의 한 임원은 의사들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다. 그러나 그 대변을 살펴보면 참으로
기막힌 논리로 일관하고 있다. 이 임원은 “의료보험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의사단체가
(수가계약제의) 계약의 주체가 돼야 하며 그동안 수가계약제를 제안하고 연구하여 투쟁해 온
의사협회장이 당연히 대표가 될 수 있도록 시행령에 반영하기로 약속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의사단체와 자리다툼이나 하자고 시비를 걸고 있는 것이 아님을 우선
밝혀둔다. 그런 의미가 아니라 의사단체의 오만성과 비타협성을 지적하고자 한다. 협의회에서
수가계약제의 의료계 대표를 선출하도록 돼 있던 것은 의사들이 폐업등을 벌이며 의약분업
사태를 주도해 가기 이전의 일임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즉 관련법은 의사단체의 대표를
협의회 위원장으로 할 것을 원칙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따라서 적법한 절차에
의해 다른 단체장들이 치협회장을 위원장으로 선출한 것이다. 무엇이 잘못됐다는 것인가.
글을 쓴 임원의 논리라면 법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의보재정의 지분이 많은 단체만이 대표가
될 수 있다는 논리인데 학식있는 의료인의 논리인지 가늠키 어렵다. 과연 그런 의식을 가진
의사단체가 위원장이 됐을 경우 다른 단체의 의견을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된다. 더욱이 모 일간지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 위원장이 안되면 협의회에 안나가겠다고
발언한 것이나 위원장이 안되겠으니까 곧바로 국민건강보험법을 개정하여 각 단체별로
수가계약제를 하자고 정부에 요구한 사실을 보더라도 그런 우려는 사실로 다가올 것이다.
그러한 의식은 우리나라 보건행정의 오랜 관습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은
2000년도이다. 과거에 의사위주의 행정밖에 없었다고 아직도 그런 향수에 젖고 있다면
이번과 같은 일은 재발된다. 의사들의 주장을 보면 자신의 잘못은 전혀 없다. 오직 미리
자신들이 주장한대로 법을 만들지 못한 것이 잘못일 뿐이다. 그러나 의사들은 이번 기회가
얼마나 뼈저린 교훈의 기회인지 알아야 한다. 왜 동일 의료단체들이 등을 돌렸을까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한다.
그러나 치협회장은 의사들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의사들의 요구를 배제하려고 이번에
위원장직을 맡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칫 소외될 수 있는 다른 단체들의 권익도
의사단체의 권익과 함께 보장하고자 맡은 것이다. 의사들도 의약분업으로 정부와 껄끄러운
관계에 있으니 만큼 중도적 입장에 있는 치협회장이 오히려 적임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위원장직을 빼았겼다는 피해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은가. 의식을
크게 가질 때만이 큰 일을 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