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2천여명 진료 봉사
장애인 진료소 확보 소망
지난 18일 오후 3시 경기도 고양시 홀트아동복지내 치과진료실. 엄마손을 꼭 잡은 채
진료실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6세 남자 자폐아 어린이가 발버둥 쳤다.
바둥거리는 모습이 마치 형장으로 끌려가는 사형수를 연상케 하듯 필사적이다. 두명의
진료보조원이 간신히 남자 어린이를 껴앉아 장애아용 유니트 체어에 눕히고 홀더로
고정했다.
간간이 토해내는 신음소리가 너무 애처롭다.
간호보조원 2명과 2명의 치과의사가 이 소년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누른 채 썩은 치아부위를
도려내고 아말감 충전을 완료했다. 일반 소아환자 진료보다 몇 배의 공을 들인 정성 어린
치료였다.
고양시에는 자폐증, 저지능아, 정신 질환자, 심한 뇌성마비 환자의 치과진료를 도맡아하는
작은치과의사회가 있다.
회원 14명으로 구성된 작은 치과의사회는 지난 97년 6월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마다 장애인
치과진료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진료한 환자는 줄잡아 2천여명. 일주일 한번 진료에
평균 13명을 치료한 셈이다.
작은치과의사회가 구성돼 장애인 진료를 하기까지는 한문석 원장( 고양시 한치과의원)의
공로가 컸다.
한 원장은 홀로 10여년간 홀트아동복지 장애아 원생들을 대상으로 무료진료를 해왔었다.
그러던 중인 지난 96년부터 뜻이 맞는 여러 회원들이 나타나 작은치과의사회가 구성되고
오늘에 이른 것이다.
“장애인 치료를 제대로 하려면 치과의사 한명이 8시간 진료를 했을 때 5명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같은 생각은 비단 한 원장 뿐만 아니라 14명의 작은치과의사회 회원 전부가 느끼는
심정이다.
장애인들에게 양질의 치과의료를 제공하기 위해선 지금과 같이 두 명이 3시간에 평균 13명을
봐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장애인 진료가 봉사의 대상으로 머물러 있는 현실이 무척 안타깝다고 했다.
장애인들도 의료보험과 의료보호가 되는데도 불구 이들을 도맡아 진료해줄 진료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장애인 진료를 하려면 치과의사 1명, 남자 간호사 2명, 여자위생사 1명 등 최소한 4명은
필요하다.
그러나 일반 치과의원의 경우 대부분 위생사 한 명과 치과원장 한 명이 진료하는 것으로 볼
때 장애인들이 치료를 받을 곳은 거의 없는 것이다.
장애인 진료는 이제 국가기관이 보건소 등에 진료공간과 전문인력을 확보해 나설 때라고 한
원장과 작은치과의사회 회원들은 주장하고 있다.
한 원장이 처음 장애인 진료를 주장했을 때 보건소 관계자는 “몇 명이나 와서
진료하겠느냐”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그러나 장애인 진료를 3년 넘게 해본 결과
수요는 충분하다고 입증된 만큼 이젠 국가기관에서 외면할 때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일부 장애아 수용시설에 수용돼 있는 장애인들의 진료를 맡아 하는 치과의사와 단체는
상당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가정에서 치아고통에 시달리는 장애인들을 치료해주는 단체나
개인은 별로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장애인 진료와 관련, 한 원장과 작은치과의사회 회원들에게 한가지 소망이 있다면
정부기관이 인력과 공간을 확보해 운영하는 장애인 진료소가 고양시부터 시작해 전국적으로
퍼져나가는 것이다.
<박동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