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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나부터 바꿉시다!
김영일(본지 집필위원)

관리자 기자  2001.03.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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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 시인은 이른바 “철창 속의 새가 되어 민주 열기를 북돋울 무렵 철창 가에 피어나는 잡초의 생명력을 보고 생명의 귀중함을 터득했다”고 한다. 이러한 그의 사고는 생명사상으로 발전되어 생명이 경시되는 세태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작은 것으로부터 출발한 한 시인의 노력이 있었기에 일회성인 생명의 가치는 더욱 값진 것으로 승화된 것이 아닐까? 크고 요란한 것으로부터 참된 가치가 나오기는 쉽지 않다. 산의 가치를 알려면 나무와 바윗돌의 가치를 먼저 알아야 하고 대아의 진리를 터득하려면 소아인 내 자신을 먼저 가꾸어야 한다. 김지하 시인이 풀 한 포기를 보고 터득한 생명사상도 먼저 자신을 다듬고 가꾸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얼마 전 언론에 보도된 `성숙한 사회 가꾸기 모임"도 맥락을 같이 한다. “나부터 바꿉시다, 기초부터 세웁시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 모임의 발기인들은 모두 내로라하는 인물들, 강영훈 전 총리, 구상 시인, 도재원 거창고교 교장, 박종규 KBS해운회장, 송봉호 서울대 교수, 원경선 전 풀무원 대표, 이세중 변호사, 전택부 YMCA 명예총무 등 14명의 멤버들, 명성이 높은 이들이 만들어 놓은 모임인 만큼 왁자지껄할 것도 같고, 입신출세를 위한 토대일 것도 같은데 그렇지가 않다. 정중동한 가운데 자기자신의 그릇됨부터 반성하려면 면면들이 돋보이는 것이다. “자기가 한 말에 책임지기, 환경보호와 검소한 생활, 교통규칙 등 기초질서 지키기, 정당한 세금납부, 뇌물 안주고 받기, 어려운 사람 돕기” 등을 실천하려는 이 모임의 의지는 감격적이기까지 하다. 기본적인 준법의식과 신뢰조차 무너진 혼탁한 사회 풍토 속에서 이 모임이 조용하게 외치는 목소리가 이처럼 절절하게 와닿는 까닭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시민, 사회운동이 남의 잘못을 지적하고 계도하려는데 반해 이 모임은 “남의 잘못을 지적하기에 앞서 나부터 바꾸어야 한다”며 의지를 가슴깊이 곱씹어 놓고 있는 것이다. 모든 진리와 진실의 발견이나 실천은 나로부터 출발한다. 평범한 현상처럼 그냥 보아 넘길 철창 가의 풀 한 포기가 김지하 시인의 가슴을 움직인 것은 그만큼 하찮은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내(소아)"가 정립돼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성숙한 사회 가꾸기 모임"도 자신을 다듬는데 온 정성을 쏟고 있는 만큼 머지않아 생명사상과도 같은 소중한 선물을 우리들에게 안겨줄 것이다. 잃어버린 내 자신의 순수성과 참됨을 찾아가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