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창덕 박사의 기일을 이틀 앞둔 지난 18일 오후, 기 박사의 여섯 제자가 그의 묘소를 찾았다.
조영수 치협 치무이사, 조영식 치협 기획이사, 강신익 인제대 교수, 이종찬 아주대 교수, 이주연 원장, 최창균 원장 등 개인적으로 뜻을 모은 이들이 기 박사의 묘소를 찾는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그들과 동행 길에 나섰다.
남서울공원묘원에 위치한 기 박사의 묘. 그의 묘소로 향하는 산비탈 구석 여기 저기엔 아직 殘雪(잔설)이 남아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양지바른 자리라 그런지 유독 그의 묘소에선 봄의 생동감이 느껴진다.
직전에 누군가가 다녀가면서 가져다 놓은 화분엔 하얗고 붉은 서양란이 활짝 만개해 있었고 곳곳에 색색의 조화들이 자리를 잡아 그의 묘는 마치 잘 정돈된 듯한 작은 공원을 연상케 했다.
거기에 준비해간 소국 한 다발을 살포시 얹으니…. 영락없는 꽃밭이 된다.
그의 작은 공원에 소국 향이 은은하게 번져간다.
그에게 인사를 마친 여섯 제자들이 꽃밭 한켠에 자리 잡고 앉아 생전의 그를 회상한다.
죽음을 예감했기 때문일까?
그는 암선고를 받기 전, 이미 남서울공원묘원 지금의 이 자리에 직접 자신이 여생을 마친 후 쉴 보금자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의 묘소 여기 저기 그의 손길이 배어 있다고 하니 감회가 새롭다.
지난해 3월, 그러니까 77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나기 바로 전 말기 암의 통증을 견디면서 ‘한국 개화기의 문화연보’ 3차 교정을 보고 있던 그에게 이주연 원장이 ‘치과의사로 살아온 삶이 행복했습니까?’하고 물었더란다.
그러자 그는 “비록 부끄럽지만 한번도 타인의 삶을 흠모해 본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 얘기, 저 얘기 그의 여섯 제자들이 이야기꽃을 피우는 동안 소국향은 더 짙어지고 봄은 더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