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재정이 완전히 망신창이가 됐다. 지난해 7월 출범한 의료보험 통합(조직 통합)과 올해 본격적으로 실시한 의약분업으로 인해 일각에서 우려했던대로 건강보험 재정이 파산지경에 처하는 등 최악의 사태를 맞이하고 있다. 이로 인해 崔善政(최선정) 보건복지부 장관이 전격 경질되고 새 장관에 민주당 金元吉(김원길) 의원을 임명했다. 의료보험 재정은 95년 당시만 해도 적립금이 4조1천억원이었다. 그러나 96년부터 당해연도 적자를 나타내면서 5년이 지난 현재에는 3조9천7백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한다.
각 언론에서는 연일 재정 파탄의 원인과 향후 대책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여러 원인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의약분업을 하면서 정부가 의료계의 거센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의료보험수가를 몇차례 걸쳐 인상한 것을 꼽고 있다. 올 한해 예견되는 적자액 3조9천여억원이 주로 동네의원과 약국으로 지출되며 그 다음으로 종합병원과 병원, 치과의원과 한의원 순으로 지출된다고 한다. 의약분업을 하면 과거 약국에서만 해결하던 잠재환자들이 병·의원을 이용하게 됨에 따라 수진율이 당연히 오름에도 불구하고 마치 막대한 적자의 주범이 수가인상이라고 호도했다.
물론 이러한 사태까지 오게 한 가장 큰 원인으로는 정부가 96년 이후 계속되는 당기 적자에도 불구하고 의보통합을 실시하면서, 또 거대한 개혁인 의약분업을 준비안된 상태로 거의 동시에 실시했기 때문임에도 불구하고 작년 정부가 의료계의 거센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몇차례 걸쳐 의보수가를 인상시킴으로써 재정의 파탄을 앞당겼다고 할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금년 1월 상대가치수가제 실시가 재정파탄의 주원인으로 비쳐지고 있는 점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의협은 이에 최근 일간지 등에 광고를 통해 의약분업이 실시될 경우 연간 4조2천억원의 추가재정이 필요하다고 선보완 후 시행할 것을 주장했다고 밝히고 있다. 즉 지금의 사태는 정부의 부실한 정책이 빚어낸 결과이지 상대수가제 시행으로 인한 결과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또한 의약분업이 실시되면 처방료와 조제료가 신설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이를 수가인상의 주요 원인으로 본다는 것은 단견이다. 그리고 지금의 의보수가 수준이 어떠한가. 지난해 8월 정부도 당시 의과분야의 수가가 원가의 80%, 치과수가가 원가의 50%선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았는가. 당시 시민단체까지 포함된 기구에서 합의를 얻어 올해 90% 수준까지 올린 것이 아닌가. 즉 아직까지 의료계가 희생을 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파탄의 원인을 수가인상으로 잡는다는 것은 또 다른 마녀사냥에 불과하다.
정부는 재정보완책으로 의료기관의 과다청구를 가려내고 실사강화와 수진자 조회를 통해 부정청구를 줄여나가겠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가 자신들의 실정을 탓하기 앞서 이같은 터무니없는 대책으로 인해 대다수 의료기관들을 국민들로부터 불신받게 하고 의료인의 진료권을 침해받게 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의료계 전체가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의료기관들을 희생양으로 삼지말고 국민들에게 정확한 실상과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 해결책의 일환으로 현 시점에서 정부는 의료보험 통합을 전면 재검토하고 현실과의 괴리감이 많은 의약분업을 재정비하면서 적정 보험료와 적정 수가, 적정 급여를 산출해 내야 한다. 참고로 우리나라 의료보험료 부담율은 파키스탄보다 낮은 3.4%다.
또한 정부는 대통령공약사항에도 있듯이 국고재정지원을 하루속히 50%수준으로 끌어올려 급박한 건강보험재정의 확충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