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우리나라 어느 TV 연속드라마에 어설픈 교수 한명을 등장시켜 그의 행동을 비난하는데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수많은 아줌마들을 즐겁게 하고 있는 모양이다.
부인앞에서 지식인으로 처신하다가 급기야 이혼당하고 맹한 동료 여교수와도 사랑이 제대로 잘 안 이루어지고, 그래도 배운 자의 처세를 해 보려는 것이 안타까울 지경인데 그 모습을 보고 시청자들, 특히 순진한 주부들은 상당히 통쾌해 하고 있단다.
더구나, 등장인물들이 되지도 않게 대다수 교수집안들이고 이들이 서로간에 위선과 잔재주와 비행을 저지르며 난척해대다가 한번씩 들통나서 망신당할 때 다 마누라들은 아주 시원하고 재미있어 한다.
집사람도 그 시간이면 아무리 다른 방송을 보자고 해도 꼭 채널은 고정하고는 그 바보같은 상자를 한참을 보다가 곁에서 조용히 공부하고 있는 나를 슬금슬금 떠보는 것이 무언가 의심하는 눈초리라서 여간 기분 나쁜게 아니다.
아무리 저건 허구의 내용이고 우리나라 교수들이 절대로 저렇지 않다고 변명해보았자 이미 대다수 아줌마들의 머릿속엔 교수라는 사람들의 야비하고 추악한 이미지에 대한 고정관념이 이상하게 자리잡고 있을 것 같아 심히 불쾌해진다.
집사람도 불쌍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며 오죽하며, 교수와 정자의 공통점은 둘다 인간이 될 확률이 지극히 낮다라는 말이 생겨 났을까하고 종알댈 때는 정말이지 한번 패주고 싶을 지경이다. 연속극의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는 전생에 교수와 무슨 원수가 졌는지 하필이면 등장하는 교수들마다 문제가 있는 사람들로 정했을까?
대중매체를 통한 직업이미지 표현은 참으로 중요하다.
그럼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인물들은 대체로 대중매체에서 어떤 이미지로 등장하고 있을까?
내가 보기엔 좋고 선량하고 지성인다운 모습으로 표현되기보다는 어딘가 무섭고, 못됐거나 우스꽝스러운 조역으로 등장하는 예가 많은 것으로 기억된다. 몇 년전에 오랜만에 치과의사가 주연으로 나오는 국산 영화가 개봉되었는데 여기엔 치과의사가 온통 바람둥이에 난봉꾼으로 등장하고 있어서 또 한번 주위사람들에게 치과의사라고 다 그런 건 아니라고 변명해대기 바빴던 생각이 난다.
왜 공무원, 군인, 종교인, 의사, 교사들은 일반적으로 대중 매체에서 등장시킬 때 비교적 좋은 이미지를 주도록 인물배정을 하면서 치과의사 직업의 인물은 폄하해서 등장시키려 하는지 모르겠다.
이제 이 연속극이 진행되면서 교수도 되고 치과의사도 되는 필자로서는 두 가지의 나쁜 이미지에 대한 시너지효과까지 더하게 되었으니 참으로 억울하다.
한편으로는 아무리 방송의 연속극과 소설이 허구라 하더라도 우리 치과의사들은 교수들과 함께 국민들에게 직업 이미지 개선에 좀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