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고시제로 보험청구 불이익 최소화해야”
2001년 1월 1일을 기해 상대가치점수에 의한 행위료수가 제도와 실구입가 치료재료 제도가 시행되었다.
2000년 7월의 의약분업에 이어 불과 6개월만에 보험 행정은 또 한번의 대대적인 변화를 맞게 된 것이다.
이러한 제도가 시행될 수밖에 없는 저간의 사정에 동의하건 않건, 일선 요양기관의 입장에서는 혼란의 구렁텅이에서 좀체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몇 개월을 보내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하더라도 그 제도에 대한 관계 당사자들의 이해와 협조 없이는 성공하기 힘든 법이다. 하물며 그것이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보험 행정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이러한 대대적인 제도 변경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제도 시행을 불과 이틀 앞둔 2000년 12월 30일날 구체적인 내용을 고시하였다.
그것이 책자로 인쇄되어 나온 것은 1월 25일 경이었으며, 그 책자에도 빠진 내용이 수두룩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새로 바뀐 제도에 맞게 진료를 하며, 매 진료 후 환자 본인부담금은 얼마를 받아야 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으며, 어떻게 제때 보험 청구가 가능하겠는가?
어쩌면 보건복지부는 보험청구 관련 프로그램 개발자들을 모두 초능력자인 것으로 알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일주일이면 금나와라 뚝딱 하면서 프로그램이 완성되어 배포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가?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그렇게 간단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게다가 이번에 치료재료대를 고시하면서 예전과 달리 아말감 72면의 수가는 상한가 얼마, 또 FC 150근의 수가는 상한가 얼마라는 식으로 고시를 하는 바람에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은 72면, 또는 150근 이라는 값을 저장할 새로운 필드를 추가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이로 인해 프로그램의 구조적인 설계를 다시 해야 하는 등의 부담이 생기게 되었고, 더불어 일일 총진료비 계산 방식이 예전과 상당히 달라지는 등 프로그램 수정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복지부는 이러한 점에 대해서는 아마 눈곱만한 고려조차 하지 않은 채로 그런 방식을 결정하였을 것이다.
예전처럼 아말감 1면의 수가, FC 1근의 수가를 고시하였다면 모든 보험청구 프로그램들은 프로그램 수정에 대한 부담이 훨씬 줄었을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묻는다.
복지부는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기 전에 프로그램 개발업체 쪽의 의견을 들어본 후 제도를 최종 결정할 의향은 정녕코 없는가? 아말감 72면의 상한가를 언제라도 다시 수정 고시할 수 있는 것처럼 아말감 1면의 상한가도 역시 마찬가지로 언제라도 다시 고시할 수 있다.
굳이 72면당 얼마라는 식의 고시가 꼭 필요했는지 묻고 싶다.
그것 때문에 치과 쪽에서는 2월 중순 경, 아말감충전 1면을 하루에 2개의 치아에 시행했을 때의 아말감 재료대 계산 방식에 혼선이 생기고 그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약 열흘의 기간 동안 프로그램 개발 업체에서는 복지부만 쳐다보며 시간을 보내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긴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요구한다.
앞으로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고자 할 때는 최소 2개월 전에 고시 내용을 사전 예고하라. (고시 예고제) 또한 제도 시행 최소 1개월 전에 정식으로 고시하라. (사전 고시제)
그래서 각 요양기관에서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하고, 보험 청구를 제때 하지 못해서 생기는 불이익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단순한 계산으로, 한달에 1개 치과에서 낮게 잡아 평균 300만원을 청구한다고 할 때, 전국의 치과를 1만개로 잡으면 한달에 300억이 청구되며, 모든 치과에서 1달 늦게 청구할 경우 한달 이자를 0.5% 로 잡으면 전국적으로는 무려 1억5천만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복지부는 이런 손실을 보상해 줄건가?)
이런 주장을 지난 수년간 되풀이하였건만 복지부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태평스럽게 지금도 당일치기 탁상 행정을 계속하고 있다.
아무쪼록 복지부의 자기반성과 분발을 촉구하는 바이며, 향후 이런 식의 당일치기 행정이 계속 반복될 경우, 보험청구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 요구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하여 그 책임을 물을 것임을 엄중히 경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