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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의료대란
황규선(본지 집필위원)

관리자 기자  2001.04.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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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에서 많이 쓰는 말로 `생산적 복지 정책" 이라는 구호가 있다. 위정자들이 말하는 생산적 복지정책의 개념은 나랏돈을 복지정책에 사용하면서 재생산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물고기를 잡아 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의료관련법, 노동관련법, 교육, 금융 등 많은 법을 제정하고 개정했다. 그런데 현실은 노동대란이 오고 교육황폐화가 오고 금융대란, 의료대란이 오고 있지 않은가? 쓸데없는 일을 한다는 의미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삼천갑자 동방삭이도 하도 오래 살다보니 아주 영악해져서 염라대왕이 잡아가려해도 저승사자를 따돌리고 용케 피해 다니는 것이다. 그러니 염라대왕의 질책이 어떠했으랴. 하는 수 없이 동방삭이 자주 다님직한 맑은 샘가에서 저승사자들이 시커먼 숯을 썩썩 닦으면서 몇 일을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동방삭이 지나다 보고 껄껄 웃으면서 “내 삼천갑자를 살도록 숯닦는 놈은 처음봤네” 하는 순간 저승사자들이 덤벼들어 “네가 바로 동방삭이구나”하고 잡아갔다는 우스갯이야기다. 요즘 생산적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공공근로 사업이라는 것이 있다. 예를 들자면 숲 가꾸기라든가, 신작로 청소하기 같은 것이다. 숲을 가꾸기는커녕 다양한 나무들이 잘 어우러져 자연스런 조화를 이루며 아름답게 자라고 있는 것을 공연히 자연환경을 훼손하고 생태계를 파괴한 사례가 없지 않은가 자책해 봐야한다. 쉴새없이 차가 다니는 신작로를 빗자루로 쓸고 뚝방길에 잡초나 뽑는 것이 생산적 복지정책인가? 염라대왕의 사자들은 맑은 샘을 숯으로 흐려놓긴 했어도 동방삭을 잡아갔거니와 막대한 나랏돈을 들여 벌이고 있는 공공근로 사업이 과연 어떤 생산을 창출했는지 묻고 싶다. 더욱이나 물쓰듯이 사용한 공적자금 150조는 어디 가 있는지 묻고 싶다. 물론 공적자금이란 공영이건 민영이건 자금을 지원해서 재생산을 창출하고 언젠가는 다시 나라로 회수한다는 전제가 붙어있다. 그런데 과연 공적자금을 지원하고 다시 국고로 회수한 돈이 얼마나 있는지 누가 믿는단 말인가? 그야말로 공짜 자금으로 권력층에 의해 없어지고 있는 현실이 아닌가? 지금 의료대란이라고 한다. 건강문제는 사회복지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이다. 보험기금이 곧 고갈되어 보험 공단이 파산한 지경에 이르고 의약분업의 방만한 운영으로 의료대란은 불을 보듯 뻔하고 이는 곧 복지대란, 사회대란으로 불꽃이 튈 것이 뻔한 일이다. 의료대란의 대책으로 진료제한이니 급여삭감이니 보험료인상 등 잡다한 잔꾀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 그러나 지엽적인 방책을 일거에 해결하는 길로 보험급여에 국고지원(공적자금지원)을 단행하는 과감한 조치를 강력히 요구하는 바이다. 회수불능한 공적자금을 뻔히 알면서 공짜 기금을 쏟아붓는 정부라면 왜 국민건강을 위한 5조원의 국고지원을 망설이는가? 의료대란을 네탓(의약계)으로만 돌리려는 정부는 150조의 `공짜" 자금을 쾌척하면서 1조7천억원의 의료비 국고지원에는 왜 그리 인색한가? 의료관련 단체 및 NGO에서 이 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