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인력 구박해선 “구인 별따기”
입소문 번져…존중하는 마음 절실
서울 OO치과 A원장은 몇 달째 치과위생사와 조무사를 구하고 있다. 신문에 구인광고도 내보고 치위생과 취업담당 조교에게 전화도 해보고, 시내에 있는 간호학원에 전화하기를 몇 차례... 그러나 번번히 “조건이 맞는 학생이 없습니다? “좀더 알아보고 전화 드리겠습니다”라는 대답뿐. 기다리다 못해 다시 전화를 해도 “아직도 학생이 없네요? “광고를 한 번 내보시는 건 어떠세요”라는 무책임한 대답뿐이다. A원장은 “요즘 치과위생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예요. 무슨 대책을 세우던가 해야지....” 전후 사정을 모르는 A원장. 애꿎은 인력난 탓만 하고 있다.
소문으로 만 떠돌던 치과의사 블랙리스트가 실제로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간호조무사 학원 및 치위생사들 사이에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는 치과의사 블랙리스트. 일단 블랙리스트에 한 번 올라가면 치과스텝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일년 내내 치과스텝만 구하다 보니 진료가 제대로 될 리 없고 능력있는 스텝을 구할 수 있을리가 만무하니 치과자체의 경제적 손실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뿐인가 양질의 진료를 받을 환자의 권리도 추락할 만큼 추락한 상태. 이만 하면 치과의사 블랙리스트의 문제가 단순한 사안이 아닌 듯 하다.
전국의 치위생과와 서울시내 간호조무학원을 조사해 본 결과 대부분 한 두 곳 이상의 치과 블랙리스트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위생사나 조무사들의 입을 통해 떠도는 곳까지 합치면 더 많은 수의 치과가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블랙리스트가 입으로만 전해지고 있으나 4~5년 전만 해도 간호학원들에서 리스트를 만들어 이를 돌려보면서 이 치과에는 절대로 학생들을 보내지 말자는 움직임도 있었다”고 서울 OO간호조무학원의 B취업담당자는 말한다.
또 B취업담당 관계자는 “특별히 교통이 불편하다거나 그밖에 환경적으로 부족한 요인이 없는데도 불구, 학원이나 학교에서 취업 추천을 기피하고 신문에 구인을 냈는데도 인력을 구하기가 힘이든 경우. 특히 치위생과나 간호학원에 세 번 이상 구인을 요청해도 연락이 없을 시에는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있지 않은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렇게 블랙리스트에 올라가는 치과의사들의 몇몇 사례를 보면 ▲학원이나 학교에 학생들의 추천을 의뢰하면서 일정금의 급여를 지급하겠다고 하고선 실지로 근무를 시킨 후에는 이러 저러한 이유로 약속했던 월급보다 훨씬 적은 금액만 급여로 지불하는 경우 ▲치과위생사에게 스켈링도 못하게 하고 이외 잡무만 시키는 경우 ▲심지어 개인적인 술자리에 치과위생사나 조무사를 불러내는 경우 ▲데스크를 맡겨 놓고선 돈에 손을 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지키고 일일이 돈을 맞춰보고 심지어 경고까지 하는 경우 ▲치과에 있는 의약품들을 혹시 집어가지 않았나 수량을 체크하고 감시까지 하는 등등….
기본적인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보조인력의 업무 능력이나 도덕성을 신뢰하지 않은채 항상 의심하거나 인격적인 대우를 해주지 않는 사례들이 있었다.
또 이러한 블랙리스트의 경우 대개 하루 이틀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다년간 그 치과를 거쳐간 치과보조인력들에게 깊은 불신을 심어주면서 보조인력들의 입에서 입으로, 학원이나 학교의 취업담당자의 귀에까지 들어가 결국 취업을 추천해 주기도, 취업을 하기도 꺼려하는 치과로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그 사정이 딱하기는 하지만 간호조무학원취업 담당자든 치위생과 취업담당 조교든 자신들이 교육을 한 학생들을 치과에 추천해 줄 때는 그만큼의 책임감이 따르기 때문에 함부로 아무 곳이나 추천해 줄 수가 없어요. 자신들이 학생들을 보호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몇몇 추천을 피해야 하는 치과의 명단을 가지고 있는 것은 어쩔수가 없지요.” OO대학의 치위생과 취업담당 조교는 블랙리스트가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치과의사블랙리스트. 치과의사의 입장에서 보면 어떻게 이런 것을 만들 수가 있냐고 발끈할 수도 있겠고 또 치과위생사나 조무사 등 보조인력들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필수 불가결한 것이니 치과의사들이 잘하면 될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다.
환자에게 양질의 진료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치과의사와 치위생사의 팀웍이 무엇보다 우선이 되야 함에도 근본적인 원인을 깨닫지 못한 채 일년 내내 치과보조인력만 구하기에 급급하고 막상 치과보조인력을 구했다하더라도 체 몇 개월 견디지 못하니, 당연히 양질의 진료를 받을 환자의 권리도 묵인 당할 수밖에 없다.
치과의사 블랙리스트를 두고 누구의 잘잘못을 탓하자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