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연일 건강보험 재정 파탄의 주범으로 의료계를 지목하는 듯한 여론몰이를 하자 의료인들의 분노가 점차 고조돼 가고 있다. 정부에서는 의료기관의 부당청구를 막기위해서 현지 확인조사 및 수진자 조회제도를 강화한다는 등 마치 발본색원 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펼치고 있다. 특히 수진자 조회는 수진자 내역 신고보상제를 새로 신설하여 전국민을 대상으로 진료내역을 통보하고 진료내역이 사실과 다를 경우 신고하면 최고 30만원까지 보상해 준다는 제도이다. 이 제도의 시행으로 인해 의사나 치과의사 등 의료인 모두는 마치 부정직한 거대한 집단으로 보이게 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서 정부와 이에 편승한 언론의 편향적 여론몰이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 이상의 감정을 느낀다. 우선 정부가 대처하는 방식이 매우 졸렬하고 치졸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의료인단체들은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여론몰이 속에서도 가급적 자제력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복지부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자정활동을 강화해 나갈 것과 이에 부응하는 자율징계권을 부여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그리고 장관대담 이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부당청구 의료기관을 각 단체에게 통보하여 자체조사해 줄 것을 요청까지 했다. 의료인단체들은 이에 이들 부정 의료기관에 대해 자체적으로 조사하여 징계여부를 정할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기다려주지 않고 계속 의료기관의 목을 옥죄어 오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의료인 전체가 정직한 청구를 해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느 집단이건 간에 문제되는 부류는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일부 의료기관의 부정행위로 인해 전체 의료기관이 범죄시 되는 것은 어쨌든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파탄의 실지 원인을 모를리 없을텐데 의료인과 국민을 이간시키는 일을 해서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지 너무 단견의 소치가 아닌가 한다.
정부는 보다 국민들에게 솔지해질 필요가 있다. 일부 의료기관들의 부정직한 행위도 어느정도 문제이긴 하지만 그보다도 근본적인 문제는 이미 96년부터 예견되어 왔던 재정 파탄을 사전에 막지 못한 점과 전문가들이 예견해 온 재정악화를 무시한채 국민의 환심을 사기위해 지나치게 급여일수를 늘이는 등 선심성 행정이 문제였다는 사실을 시인해야 한다. 이러한 상태에서 의약분업을 실시했고 건강보험 통합에 따른 파업사태의 장기화 등 악재가 물린 것도 큰 원인 중의 하나였다는 사실을 덮어두어선 안된다.
이제 정부는 냉정을 되찾고 마녀사냥을 끝내야 한다. 지금은 의료인들을 범죄시해선 해결보다 문제를 더욱 꼬이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이미 각 단체가 자율정화를 다짐한 상태이므로 부정직한 의료인의 징계와 개선은 의료인단체에 일단 맡겨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가 할 일은 국민에게 의료인에 대한 혐오감을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제도의 구조적 모순에서 오는 근본적인 제도개선을 찾는 일이 급하다.
더 이상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찾지않고 의료인들을 자극하게 되면 의료인들의 거센 저항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의료인들은 지금 정부의 행태에 대해 매우 분노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토끼를 잡겠다고 엉뚱한 굴에다 연기를 땐다고 토끼가 잡히겠는가. 정확한 토끼굴을 찾아 그곳에 지피는 지혜가 아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