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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반지
김성구(본지 집필위원)

관리자 기자  2001.04.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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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떤 나라에 왕이 살고 있었다. 그 왕은, 어느 날부터 인가 차츰, 인간의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을 어찌할 수 없음을 고민하게 되었고, 군사적으로만 강해져서 호시탐탐 자신의 나라를 노리고 있는 침략적인 이웃 강대국의 위협에 절망감이 들기 시작했다. 하루는 신하를 모아놓고 그런 걱정들을 이야기했다. 절망감이 나를 휘감아도 나를 한순간에 행복하게 하여줄 수 있고, 반대로 행복할 때라도 한순간에 나를 실망감으로 덮어 버릴 그런 것이 있을까? 신하들은, 왕의 걱정을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어 고민했으나,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아서, 이윽고 한 수도자를 찾아가게 되었다. “이 반지를 왕에게 주시오, 그러나 한가지 반드시 지켜야 할 조건이 있소. 왕이 절망감으로 도저히 어쩔 수 없을 때만, 이 반지의 밑을 보아야 하며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이 반지가 가져올 메시지를 놓칠 것이오.” 왕은 궁금했으나, 자신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는 말에 수락을 하였다. 세월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걱정대로 이웃나라가 침공을 했다. 왕의 군대는 대패하였고,이윽고 왕의 성까지도 함락되어, 왕은 몇몇의 신하와 함께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도망치게 되었다. 허물어져 가는 초가에 피신한 왕은,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절망감에 눈물을 삼키다가, 문득 얼마 전에 받았던 그 반지가 생각났다. 그 반지를 열고 살펴보니, 그 반지 밑에는 조그마한 글귀가 있었다. “이것 또한 스쳐 가리라.” 상황이 바뀌는 것은 아니었으나 자신의 감정에 정통하게 됨으로써, 자신의 감정에 지배 되어 마음이 고생하는 것을 막는다는 가르침이라고 한다. 요즘처럼, 바르게 살아 가면서도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는다던가 최선을 다했는데도, 실패를 하여 절망에 빠진다던가, 반대로 갑자기 횡재를 하여 자신의 본분을 잊고 함부로 설치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작금의 세태에 한번 되새겨 볼만한 글귀인 것 같아 소개를 하여 보았다. 행복이던 불행이던 스쳐 지나가는 것일 뿐이다. 나의 마음을 지켜 그런 것에 희생되지 않아야 한다. 나의 마음을 지키는 것은 스쳐 지나가는 것에 집착하지 않는 것일 것이다. 이득에 집착하지 말고, 손해에 집착하지 말자. 그러므로 해서 비로소 나의 마음의 본 모습을 지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