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협이 지난 2일 법제·보험위원회 합동회의를 열고 보건복지부에서 허위부당 청구기관으로 통보한 102개 치과의원 대부분을 징계처리한다는 초유의 징계 방침을 정했다. 치협은 오는 7일 윤리위원회를 열고 징계수위 및 대상을 최종 결정한다. 치협이 이날 합동회의에서 결정한 내용은 7명은 권고휴업, 나머지 회원은 경고 및 회원권리정지를 주기로 한 것이다. 의사협회도 2일 중앙윤리위원회를 열어 허위 부당청구로 통보받은 140명 가운데 7명은 복지부 실사를 요청했으며 회원자격 1년 정지 11명, 회원자격 6개월 정지 13명, 경고 60명으로 결정했다. 약사회도 회의를 열고 자체징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이 의약계단체들은 최근 자율징계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자율징계는 여러 가지 효과를 겨냥하고 있다. 우선 치협 등 의료인단체들은 자체적인 정화기능을 강화하여 변호사협회와 같은 사법성이 있는 자율징계권을 부여받고자 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협회가 회원 위에 군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회원의 권익과 품위를 스스로 지켜나가기 위해서인 것으로 이해돼야 할 것이다. 회원이 외부 기관에 의해 징계처분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함으로써 스스로 의료인의 자세와 윤리의식을 높여 나가는데 목적이 있다. 이러한 자율징계권이 협회에 있을 때 보다 강력한 정책단체로 도약할 수 있다는 의미도 있다. 그만큼 사회적 책임의식도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효과는 이번에 허위 부당청구로 오명을 쓴 회원들을 스스로 단죄하면서 한편으로는 해당 회원에게 정부기관으로부터의 실사 등 강력한 법적 제재를 받는 일로부터 보호해 주며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전체 회원 중 어느 회원이라도 허위 부당청구로 인해 전체 치과계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회원에 대해서는 엄단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사실 치협으로서는 102명 모두에게 징계를 내린다는 일이 보통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泣斬馬 (읍참마속)의 마음으로 이를 명명백백하게 시비를 가려 주지 않고서는 협회의 권위와 자정의식을 나타낼 길이 없는 것이다. 아직도 사회는 치협을 비롯 의약계에 대해 상당히 높은 윤리의식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이러한 사회적 요구와 스스로의 권위를 위해서라도 철저한 자율징계는 앞으로도 계속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정부도 각성할 일이 있다. 이렇게 의약인 단체들이 자율징계에 나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건강보험재정 파탄의 원흉이 마치 의약인인 양 연일 언론을 통해 허위부당 청구한 사례를 터트리는 일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특히 수진자 조회 포상금제도라는 전대미문의 졸속정책으로 의료인들의 분노를 부추기는 일은 삼가야 할 것이다. 대다수 성실한 의료인까지 멍들게 하는 언론플레이가 중단되지 않는 이상 이상적인 자율정화는 이뤄지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의료계가 스스로 반성하고자 기치를 든만큼 정부도 재정파탄의 가장 주된 원인이 건강보험제도의 구조적 모순 때문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정부 스스로도 자정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