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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전북치대 예방치의학과 석사과정)
KBS 16기 개그맨 시험 최종 합격

관리자 기자  2001.05.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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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개그맨 되다’ “하고 싶어 선택한 일” 후회 없어 일요일 저녁 TV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16기 KBS 개그맨 시험에 응시하고 있는 치과의사를 발견했다. 흰 가운 차림에 차트를 걷어가며 기발한 말장난으로 관중을 사로잡는 듯 하더니 금상을 차지했다. 자세히 보니 일전에 개그맨이 꿈이라던 그 치과의사다. 결국 일을 저질렀구나. 당장 전화를 걸어 그를 만나려 했으나 생각했던 것 보다 그를 만나기가 힘들다. 수 차례의 끈질긴 전화. 핸드폰으로 번호도 남기고 음성도 남기고... 그와는 인연이 아닌가 싶다. 포기할 즈음, 어렵게 연락이 됐다. 아직 인기 개그맨이 된 것도 아닌데 바쁘긴 왜 그리 바쁜지 매일 시간에 쫓기는 듯한 그에게 하루일과를 물었다. 조금 한가할 때 잠깐 시간 좀 내달라고... 스타 되기 전에 싸인이라도 미리 한 장 받아나야겠다고... 그 왈 “제 시간은 제 시간이 아닙니다. 방송국에 오라는 시간에 가서, 가라는 시간에 돌아오는 것이 제 일과거든요." 이번 KBS 16기 개그맨이 된 전북치대 대학원 예방치의학과 석사과정에 재학중인 김영삼(27) 전공의 그는 지금 학교 일을 정리 중에 있으며 자신과 함께 KBS 16기 개그맨이 된 동기와 서울에 방을 하나 얻어서 자취 중이다. 개그맨실 군기가 장난이 아니라서 치과대학에 한번 다시 들어온 기분이라는 그는 “요즘 저와 제 동기들의 목표는 쥐도 새도 모르게 소리소문 없이 방송국 왔다 갔다 하다가 흔적없이 사라지는 것이예요"란다. 개그맨 선배들 중 군기 반장에게라도 걸리면 큰일날 심상이다. 이병 막 달고 군 생활 할 때를 떠 올려 보면 그 심정을 이해할 사람이 많을 상 싶은데... 그냥 웃기는 것을 좋아하고 웃긴다는 얘기를 많이 듣다보니 개그맨이 되고 싶었고 그래서 개그맨이 됐다는 그. 하지만 치과의사의 길을 접고 개그맨이 되기가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다. 예상대로 그가 개그맨이 되기까지 반대도 심했다. 시험도 부모님 몰래 봤단다. 시험에 붙은 걸 알고 그의 어머니는 “자식하나 도둑맞은 것 같다"고 한숨을 푹 내쉬고, 시험에 붙었다고 친누나에게 전화를 했더니 “축..축..하~해." 축하한다는 말속에 떨림부터 느껴졌단다. 친누나, 형, 동생, 친구, 지도교수 뿐 아니라 그가 개그맨 시험을 보는 것을 알고 있던 모든 사람들이 “설마 시험에 붙겠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고 내심 다들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근데 덜컹 그가 시험에 붙고 나니 그 심정이 어떠했을 지는 상상에 맡긴다. “아마 저를 가장 아껴주시는 분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만류를 하셨던 것 같아요" 그도 그들의 심정을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개그맨이 되리라는 자신의 꿈에 꼭 한번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개그맨이 되고 싶다던 꿈도 현실이 되고 보니 꿈같지 만도 않은가 보다. “공부 잘해서 치과의사가 됐으면 됐지!! 왜 개그맨은 하겠다고 난리야" 라며 자신들 밥줄이나 끊으러 온 것처럼 달갑게 보지 않은 견제의 시선들이 조금 힘겹다. 치과의사가 개그맨이 됐다고 하자 주변에서 “나중에 개원이라도 하면 떼돈 벌겠네... 홍보효과 하나는 확실하잖아... 혹시 그런 생각으로 개그맨 된 것 아냐?” 하는 반응도 많은 것 같은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물었다. 그랬더니 그는 “사실은 저도 그런 생각을 안 했던 것은 아니예요. 사실은 제가 생각해도 차후에 개원하면 실보다는 득이 더 많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이유 때문에 개그맨이 되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예요. 제가하고 싶은 일을 했을 뿐이예요" 라며 당당히 얘기하는 솔직한 그의 대답에 오히려 당혹스럽다. 남들이 좋지 못한 시선 따위는 그에게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 개그맨이 된다고 했을 때 “난 네가 영원히 치과의사였으면 좋겠다"고 말하던 가장 친한 친구와 이후에 공동개원을 하기로 한 약속도 아직 유효하단다. 개그맨으로 성공을 하든 치과의사로 개원을 하던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할 수 있었던 그의 용기, 자신의 목표하는 바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갈 수 있는 그의 결단력 있는 행동이 멋있다. 그리고 부럽다. <강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