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반대로 뜻 접은 아픈 과거
덴탈코러스 만들어 음악세계 심취
자그마한 무대. 은은한 조명아래 검정색 그랜드 피아노와 빨간 드레스 차림의 반주자가 대기 중이다. 그리고 잠시 후 검정 턱시도에 흰색 나비넥타이 차림의 유영세(59) 원장이 무대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압구정동에서 치과의원을 개원하고 있는 유영세 박사가 지난 10일 첫독창회를 열었다.
“…남 몰래 흘린 눈물이 두 뺨에 흐르네. /
당신에게로 향한 생각이 진정한 사랑이라오.…”
가사구절 하나 하나가 그의 표정에 묻어난다. 그의 표정에 사랑의 기쁨, 이별의 아픔이 스치듯 지나간다. 이태리어와 불어를 모르는 관객도 공연을 소화하는데 별 무리가 없다.
이태리어와 불어를 배운 적이 없는 그가 관중에게 노래의 느낌을 자연스럽게 전달하기까지 피나는 노력이 필요했으리라.
단지 발성이나 소리가 아니라 그 곡의 느낌을 중요시 여기는 그는 관중에게 곡의 느낌이 전해질 때까지 생소한 가사를 반복해서 암기하고 다시 한국어로 번역된 가사를 읽고 또 읽었다.
치과의사인 그가 왜 그리도 성악에 집착하며 독창회까지 열 결심을 한 것일까.
그 이유는 40여년간을 가슴깊이 간직해온 그의 꿈 때문이다.
중학교 2학년 때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우연히 듣게된 이탈리아 성악가 스테파노의 노래를 듣고 부터 성악에 매료, 성악가가 되고 싶었으나 집안의 반대로 성악가로서의 꿈을 접을 수 밖에 없었던 그는 69년 서울치대에 입학했다.
치대에 입학하고 나서도 자신의 꿈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었던 그는 서울치대 남성합창단인 덴탈코러스를 조직하는 등 그후 수십년간 꾸준히 음악활동을 해왔다.
성악가 스테파노의 제자인 테너 김신환 전 영남대 교수를 만나게 된 인연은 그가 지금까지 음악과 함께 삶을 함께 하고 이번 독창회를 열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성악을 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정신과 몸이 건강해야 합니다. 그렇기 위해선 절제된 생활이 필요하지요.”
역시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는가 보다.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하다보니 몸에 안 좋은 술, 담배를 자연스럽게 피하게 되는 것은 물론 건강을 위해서 매일 매일 맨손체조, 운동도 거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건강은 자연스레 좋아지고 컨디션이 좋아지다 보니 치과진료도 훨씬 수월하다.
40여년간을 가슴깊이 간직해온 성악가로서의 꿈, 이제 그 꿈이 현실이 됐다.
그러나 유 원장은 “독창회를 열기 위해 그동안 성악공부를 열심히 해 온 것이 아니라 성악공부를 해 나가는데 있어 하나의 일환으로서 독창회를 연 것일 뿐”이라며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고 말한다.
그는 또 지금껏 치과분야의 지식을 여러 동료, 후배들과 나누어 가졌던 것처럼 자신의 음악적 지식도 누구든 바라는 사람이 있다면 함께 공유하고 싶단다.
“…저녁바다 발코니 위에서 들려오는 한가닥 사랑노래./
부드럽고 은근한 그대 음성 내 마음 두드리네…”
마치 자신이 가사 속 주인공인냥 곡의 선율에, 가사에 흠뻑 취해 노래를 부르던 그의 모습이 아직까지 뇌리를 맴돈다.
<강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