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의료인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일들이 너무 많다. 지난달부터 건강보험 재정 파탄의 가장 큰 원인이 마치 의료인인 것처럼 정부와 언론이 매도하고 나서더니만 이제는 국회에서도 의료인 죽이기식 의료법개정안을 마련하여 의료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에서도 지적했듯이 재정 파탄의 가장 큰 원인이 정부의 안일한 정책이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호도하여 의료인들만을 타켓으로 일방적인 매도를 서슴치 않는 우리나라 정부의 태도는 그야말로 불쾌감 이상이다.
또한 국민건강보험 재정운영 실태에 대한 40일간의 감사원의 특별감사 결과에서도 의약분업이 재정증가 요인으로 작용함에도 불구하고 고의로 은폐조작한 혐의를 포착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이는 정부의 실책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집권당인 민주당이 중심이 되어 법 형평에도 맞지 않는 의료법개정안을 내놓아 다시한번 의료계에 파문을 일게 하는 것을 보면 아직도 정부는 자신의 책임을 의료인에게 전가시키는데 재미를 붙인 것 같다.
이 법안이 아직은 발의 인원 수를 채우지 못하고 있지만 어째든 발상이 기발하다. 아무리 일부 의료인들의 부도덕한 부당청구 행위로 지탄받고 있다고 해도 1백만원 이상의 형을 받을시 10년간 의료인자격을 박탈하겠다는 것은 너무 상식이하의 법안이 아닌가 한다. 과연 이 나라에 변호사나 국회의원이 1백만원 이상의 형을 받았을 때 10년간 그 직을 박탈한다는 조항이 있던가? 현행 법이 없어 부당청구를 처벌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논리인가? 이미 현행법에는 진료거부 및 집단폐업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되어 있으며 부당청구시에도 1년간 자격정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이다. 한편에서는 의약정협의회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파탄문제를 함께 헤쳐 나가자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의료인들에게 비수를 들이대는 이중 플레이를 서슴치 않고 있다. 이런 식으로 의료인들의 분노를 사면서 어떻게 함께 국민건강을 위한 대책을 논의할 수 있단 말인가. 더 이상 이런 식은 안된다. 제발 위정자들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 사회 전체가 불신과 반목으로 치달아 가고 있는 이 때 더 이상 국민과 의료인들을 이간시키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정부는 국민에게 자신의 실책을 과감히 시인해야 한다. 그리고 하루빨리 함께 수습해 나가야 한다. 이런 식으로 쓸데없는 시간과 정력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이같은 간곡한 당부에도 불구하고 이번 의료법개정안을 철회하지 않고 계속해서 의료인들의 자존심과 명예를 짓밟는다면 1만8천여 치과의사는 물론이고 의료계 전체가 공조하여 반정부 투쟁도 불사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