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상에서 의료인은 일반 국민보다 더 보호받는 지위도 아니지만, 더 차별받아서도 안되는 사회인이기 때문에 현재 진행되는 의료법 개정안은 위헌적 요소가 다분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런 주장은 최근 의료계 현안으로 떠오른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달 25일 열린 한국의료법학회(회장 한동관)의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법률적 검토"라는 주제의 학술세미나에서 나왔다.
유독 의료법만 중한 처벌
법학자들도 이해못해
이날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선 강경근 숭실대 헌법교수는 주제발표에서 “국민의 `건강권"에 대한 보호는 국가의 의무 사항이지 의료인의 책무로 이해할 수 없다”며 “의료인은 헌법적으로 일반인보다 우대받거나 차별받지 아니할 사회인임에도 불구하고 일련의 의료법 개정안은 합리적 이유없이 의료인을 과도하게 차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인의 공공성과 공인으로서 비슷한 지위에 있는 변호사도 법률전문직으로서 독립하여 자유롭게 직무를 행하고, 일시 휴·폐업도 변호사회에 신고와 신청으로 끝나는데, 의료인은 휴·폐업에 대해 영업정지 및 개설허가 취소 규정을 신설하고 과징금 한도액을 2억원으로 상향하는 것은 사실상 공무원의 지위와 유사하게 하려는 것으로 의료인에게 과도한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강 교수는 “국회 입법자들이 의료법을 국민건강보험법의 부속법률화 시킴으로써 의료기술이라는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현재의 상황은 정부가 자유를 유보하고 평등을 강요함으로써, 국회가 국민을 대표하지 못하고 국민을 조종·억압하는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다음 강연자로 나선 유지태 고려대 법대 행정법 교수는 “개정 의료법안은 전자 처방전에 기재된 개인 비밀을 누설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과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며 “의료법은 이미 일반적인 비밀누설금지 규정이 있고 3년 이하의 징역과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는데도 굳이 전자문서 형태에 이렇게 처벌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유 교수는 정보보호에 관한 일반법인 `공공기관의 개인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에서도 정보를 누설한 자에 대해 3년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며 의료법 개정안이 이보다 더 중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의료정보 가치가 공공기관의 정보보다 우월할 때 강화된 의료법 개정안이 그 정당성을 찾을 수 있지만 그것이 가능할지는 회의적이라고 주장했다.
법 만능사상 위정자들이
현 위기상황 불러
이날 참석한 윤진수 서울법대 교수는 지정토의에서 “사람들의 법감정에 맞지 않아 법을 개정하는데 그 법이 또 다시 수용할 수 없다면 개정 자체가 잘못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법만능 사상에 빠져있는 위정자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윤성 의사협회 법제이사는 “우리는 사기죄나 문서위조죄를 저지른 의사들을 두둔하는 것이 아니다”며 “오히려 그런 소수의 의사들은 모두 처벌하되, 다수의 양심적인 의사들이나 실수로 청구하는 의사들까지 모두 도둑놈으로 모는 의료법 개정안은 반드시 철회돼야 된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의사의 과오에 대해 형법이나 의료법 등으로 이미 규정할 수 있는 사항을 또 다시 과도하게 처벌할 필요가 굳이 있냐며 정부의 의료법 강화 개정에 대해 심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