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달 31일 건강보험재정안정과 의약분업 조기정착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재정안정을 위해 정부, 의약인, 국민 모두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로 해결책을 모색한데 대해 우려를 금할 길이 없다. 정부는 올해 적자 예상액이 4조1천9백78억원이라며 이 가운데 적립금 9천8백19억원을 제외한 순 적자 3조1천2백89억원을 급여제도 개선, 외래본인부담금 인상 등 20개의 단기대책으로 2조5천7억원을 충당하고 부족액 1조1천2백52억원은 금융권에서 차입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역보험에 대해 50% 국고지원을 약속하는 한편 의약계에게는 7월부터 진찰료와 처방료를 통합하고 환자 수에 따른 차등수가제를 도입하며 주사제 처방료와 조제료를 삭제키로 했다. 더불어 치석제거의 경우 급여인정 기준을 더욱 더 강화하여 치주질환 수술 전단계로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급여키로 했다. 물론 이부분은 복지부가 표현상의 잘못을 인정하고 추후 치협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약속했으나 어쨌든 치석제거 급여 축소방침을 국민들의 큰 저항을 받게될 것이다. 또 국민에게는 2002년부터 5년간 매년 9%씩 보험료를 인상하여 적자액을 추앙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같은 정부대책이 나오자 의약계는 물론이고 국민들의 저항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대책으로 내놓은 안은 미봉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정부대책은 한마디로 적정부담 적정급여 적정수가라는 건강보험 대원칙에 벗어나는 것이다.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보다 재정안정에 급급한 대책을 내놓을 수 밖에 없는 속사정이 있겠지만 정부의 정책부실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의약인과 국민에게 지우려 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재정 악화는 사실 정부가 의약분업을 무리하게 추진해 나가면서 빚어진 결과이지만 사실 그 이전부터 징후가 충분히 나타났었다. 십수년간 지역의보에 매년 국고 50% 지원키로 한 약속을 제대로 지켜 본 일이 없어 적자는 눈덩이처럼 커져갔으며 이밖에도 여러 요인으로 인해 매년 적자 폭이 커져 갔던 것이다.
치협은 이와 같은 정부 대책에 반발하여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역의보 국고지원 약속을 이행치 않아 미지급된 4조원 이상을 조속히 지급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체납액 1조원 이상을 성실히 징수한다면 재정파탄의 위기는 충분히 넘어갈 수 있다며 정부의 각성을 촉구했다. 치협은 그리고 거듭되는 의료인 쥐어짜기식 정부 정책을 간과하기 어려워 차후 체계적인 투쟁계획과 긴급하게 움직일 수 있는 조직을 사전에 정비할 의사를 분명히 했다. 지난 5일 열린 전국 시도지부장회의에서는 의사단체와 같은 집단행동을 일단 유보키로 했으나 지금과 같이 정부가 의료인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정책을 계속 내놓게 된다면 행동도 불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정부는 보다 합리적인 대책을 찾아나가야 하며 이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인 의약인 단체들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의사단체가 집단행동까지 간 데에는 정부의 잘못이 매우 크다는 점을 거듭 상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