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이란 독자적인 판단으로 자신의 지식과 양심에 따라 진료행위를 할 수 있는 자이며 진료에 대한 책임을 지는 의료분야의 지능 인력을 뜻한다. 의료의 중요성과 전문성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대체로 인정하는 분위기이나, 의료인의 사회적 지위나 위치는 예로부터 그리 높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의원의 계급적 신분은 양반도 아니었지만 상민도 아닌 중인계급으로 알려져 있고, 서양에서도 상위의 귀족계급은 아니었나보다. 그 당시에는 진료비에 대한 계산법이 잘 발달되어 있지 않았고 그저 의술이 인술(仁術)이라는 개념 아래 아픈 사람이 있으면 치료해 주었고, 환자가 부자면 알아서 많이 사례했으며 가난하면 적게 사례하고, 가진 게 없으면 고맙다는 인사말로 때우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산업사회로 변화되면서 의료인도 하나의 직업이라는 생각 아래, 의료를 생산하고 배분하여 소비한다는 유통적인 개념으로 변하게 되었으며 수요와 공급에 의한 시장경제 원칙아래 진료비라는 가격이 결정되는 의료의 상거래화가 된 것이다.
근래에 들어와서 의료인 중에 사회의 일부 상류층을 형성하고 있는 사람들이 생겨남에 따라 사회 인식에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라면 모두가 돈 잘 벌고 잘 사는 사람들로 여겨지는 풍조가 생겼고, 의과대학, 치과대학, 한의과대학도 인기가 높아져서 입학하려면 고교성적 상위 1%내에 들어야 그래도 꼴찌로 들어 올 수 있다.
이렇게 똑똑한 수재들이 모여서 치과의사가 된 후에 국가 사회를 위하여 얼마나 이바지하게 될 지는 모를 일이나 당사자 자신은 그래도 평생을 안정된 생활을 해 나갈 것이다. 얼마 전 고교 동창회를 갔다가 내 나이의 반수이상 동창들이 실업자가 되어 있는 것을 보고 놀랐고, 그래도 직업이 남아 있어 동창회라도 잘 나오는 친구들의 반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라는 걸보고 또 한번 놀랐다.
이렇게 똑똑한 친구들이 입학하여 그래도 다른 친구들보다는 안정되게 사는 직업인들이 근래에 와서 왜 위정자들로부터 호응을 못 받고 국민으로부터 점차 멀어지게 되는가를 생각하면 안타깝다.
의약분업 사태와 국민건강보험 재정 적자 사태를 만든 책임은 분명히 정책 당국에서 져야 할 일이건만, 웬일인지 의료보험 과다 청구니 탈세니 하며 지상에는 의료인들만 잔뜩 죄인이 되어있고 국민들로부터 모든 의료인들이 범죄인의 의혹을 사게끔 호도 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터무니없이 과잉으로 진료했거나 탈세와 부당 청구를 작정하고 시도한 악덕 의료인도 일부 있겠지만 애매모호 하거나 실수로 잘못을 한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최근에 와서 각 치과마다 환자들의 진료비와 관련된 항의와 시비가 엄청 늘어나게 됐으며, 이러한 국민적 불신 분위기를 조장하게 되었다는 것이 슬픈 일이다.
분명히 진료는 의료인의 고유 권한일진대 의료인이 결정하여 진료한 것을 단순 획일화로 평가하는 보험제도 때문에 비전문가로부터 심사 받고는 많은 의료인들이 자존심을 상해하며 죄인 취급을 받아야 하는가 말이다.
왜 제대로 일하고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제도와 체계를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았는지 안쓰럽다. 국민도 건강하게 해주고 그만큼 우리도 지위와 부를 보장받는 현명한 제도를 왜 구상하지 못하는가? 그리고 세금도 제대로 내고 우리의 권리와 자존심을 찾자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너무 편안했던 과거와 그냥 사는 현실에만 안주하려는 타성에 젖어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제 구강보건의 달인 6월부터는 그동안 여론과 치과계 풍조에 밀려 잠정적으로 인정(?)하여 왔던 단순한 스케일링 진료가 원래대로 건강 보험에서 제외된다고 한다. 또 얼마나 많은 치과의원에서 불법, 편법 진료비 청구건이 생겨나고, 얼마나 많은 치과의사들이 문의와 항의 속에 시달리며 죄인 취급을 받아야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