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특별기고>
무보수 명예직
임철중(치협 대의원총회 의장)

관리자 기자  2001.06.09 00:00:00

기사프린트

치협임원 개업 절반 포기상태 氣 살아야 협회일에 전념가능 S대학병원의 경영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P병원장은 D재벌그룹 오너의 2세다. 같은 대학 S교수 역시 예비역을 포함하여 집안에 별(星)이 30개쯤 된다는 S그룹 2세다. 이 두분은 월급에는 관심이 없다. 자산소득이 그 몇십배가 넘으니까 오로지 학문적 성취나 경영에 몰두하여 업적과 이름을 남기려고 힘쓴다. 개인 종합병원 S재단 이사장인 A는 정형외과, 부인은 산부인과 전문의다. 그는 일주일에 몇건 고난도의 선택수술(Elective Surgery)만 한다. 수술전 준비와 후처치는 지시만 하면 된다. 입원관리는 스탭들이 하고 환자수가 적으니 회진(回診)도 금새 끝난다. 결국 이 세사람은 자신의 시술(施術)에 따르는 소득에 초연(超然)하여, 시간적 경제적 여유를 생계(生計)보다는 고차원적인 `성취동기"에 전념할 수 있다는 그 자체로 `선택 받은" 행운아들이다. 협회 보험이사 H는 `광명"시에 개업하고 있다. 이 지역은 퇴근시간 뒤 몇시간 자리를 지켜 숫자로 승부해야한다. 그러나 협회일을 맡고부터 `자리지키기"는 날 샜다. 주무관청은 `과천"에 있고 협회는 `성동구"요, 집은 `분당"이다. 일주일에 단 한번 `협의회"를 가지려해도 이동(移動)거리로 보아 그날은 휴업이다. 한번의 협의에는 몇번의 예비접촉이 필요하고 안건준비에 며칠밤을 새야 한다. 그 많은 진료행위에 대한 계수조정과 당위성을 주장할 자료준비를 생각해보라. 더구나 의약분업을 둘러싼 혼란에 정신이 없는 주무공무원들이 시간을 내어 얘기를 경청(敬聽)하고, 현실로 반영되도록 설득하고 유도해야하는 심리적 부담까지 추가된다. 작년 한해의 숨가쁜 흐름을 되돌아보면 H는 사실상 개업을 절반쯤 포기한 셈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이런 현실은 협회임원 거의 모두에게 해당된다. 치과는 지극히 노동집약적인 진료 일색(一色)이다. 피부관리나 체질개선을 위한 의용약과 내복약 3개월분을 주고 엄청난 수가(酬價)를 받는 그런 항목은 전혀 없다. 수술후에 장기간 입원비나 물리치료비가 계산되는 항목도 없어, 치과의사 손이 닿지 않으면 되는게 없다. 치과계에는 P나 S 또는 A씨 같은 인물이 눈에 띄지를 않는다. “할 일 많은 임원 사기 떨어뜨리는 일 없었으면” 이런 마당에 개원의가 환자는 뒷전으로 미룬채 협회일에 매어달리려면 최소한의 `성취동기"가 필요하다. 하다못해`이사회에 나가면 멤버들 분위기가 좋아서"라든가, 그렇게 어울려 일하다 보니 `어렵던 회무가 어찌됐던 풀리더라"하는 따위다. 세상사에 사람 쓰는 일이 가장 어렵다는데, 하물며 `무보수 명예(?)직"은 기(氣)가 살아야한다는 얘기다. 설령 치과계에 `선택받은 인물"들이 등장하더라도 성취동기는 `필수조건"이다. 제 50차 의총 감사보고에 협회장의 판공비, 업무추진비가 1억2천쯤 된다는 계산이 나왔다. 협회측은 모든 부서의 해당비용을 편의상 하나의 창구로 묶은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사실여부나 처리의 적법성은 검토를 거쳐야 하겠지만, 우선 그 액수를 따져보자. 의료대란 기간중 `의쟁투" 간부들이 병원문을 닫고 머리를 깎았다. 이들에게 당연히 지급된 일인당(一人當)`보상적 급여"가 우리 협회 판공비 전액(全額)에 필적(匹敵)한다. 앞으로 의료계의 `비상사태"는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의총에서의 약속처럼 감사 지적 사항에 대한 의문점은 풀고 따질 것은 따지며 시정(是正)할 부분은 바로잡아야 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할 일이 많은 임원들의 사기(士氣)를 떨어뜨리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무보수 명예직은 기(氣)를 먹고 산다. 끝으로 작년에 이어, 다시한번 몇 개의 상임위원회가 달라붙어도 해내지 못할만큼 세밀하게 문제점을 짚어주신 감사단 세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