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의 진심장구(盡心章句) 하편에 분성괄(盆成括)의 죽음에 대한 글이 있다. 분성괄이 제나라에서 벼슬을 살게 되자, 맹자께서 “분성괄은 이제 죽을 것이다.”라고 말씀 하셨다. 얼마 후 분성괄이 피살되자, 제자들이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그가 피살되리라는 것을 아셨습니까?”라고 맹자께 여쭈어 보았다.
맹자께서, “그는 자잘한 재주는 있으나 소인이어서, 군자의 대도(大道)가 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으니 이것이 그의 몸을 죽이기에 충분하다.”라고 말씀하셨다. 결국, 자신의 역량에 맞지도 않는 자리에 집착하여, 과욕이 자신을 해쳤다는 말일 것이다.
군자의 대도란, 인(仁)과 의(義)에 따라 전체적인 흐름을 헤아려 모든 일을 처리해 나가는 것을 말하는데, 임기응변의 재주만을 믿고 교만하게 굴면, 화(禍)가 자기자신을 해친다는 가르침을 이 글은 주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치과의사의 세계는 어떠한가? 대부분의 개원 치과의사 사회에서는, 어려운 형편의 환자를 돕는 참다운 치과의사들의 소신이, 치과의원의 경영면에서의 성공을 위해 불법광고와 환자유치에 열을 올리는 미꾸라지와도 같은 일부 치과의사들에 의해 흙탕물 속으로 묻혀져 가고 있다.
인터넷이라고 하는 문명의 첨병을 이용하여, 치과의사라기보다는 장사꾼에 가까운 상업성 광고에 정신을 파는 이들이 늘어간다는 소식도 횡행한다. 이러한 치과의사 윤리에 반대되는 광고들은 분성괄을 죽인 잔재주들이다.
`치과의사의 윤리"에 언급된 대로, `그 직책을 수행하기 위하여 학술연마에 끊임없이 노력하며, 새로운 진료법을 발표하거나 시행함에 있어서 각별한 신중을 기하고, 그리고 본직의 권위와 양심으로서 진료행위에 있어서 영리적 동기에 좌우되지 아니한다"는 구절대로 행동해야 한다.
이것이 진작부터 국민에게 인식될 정도였어야, 요즘 같은 시기에 국민의 이해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우리의 지도층인 치과계 지도부나 보건복지정책을 행하는 행정부의 지도부들은 거시적인 면에서, 대도(大道)에 따라 흐름을 주도해주길 바란다.
또한 의사가 치료결과에 책임을 지듯이, 정책의 결과에 책임을 질줄 알아야 한다. 어떠한 의사도 객관적이며 입증 가능한 근거에 바탕을 두고 치료를 해야 하듯이, 보건정책의 경우도 최선의 선택과 부정 할 수 없는 객관적인 자료에 의해 실행되었었어야 했다. 그렇지 않다면 모든 책임을 지는 건 당연하다.
일부단체의 압력이나 정치적인 흐름에 좌우되어 정당의 정략을 위한 재물로 치과의료계의 앞날을 주관적으로 결정해서는 안될 것이다.
바탕을 이루는 대다수의 개원한 치과의사든, 치과계의 방향을 결정하는 지도부나 정책 결정자든 자신의 자리를 확인하고, 최선을 다한 후 책임을 지도록 하자. 그런 후 누가 우리에게 분성괄의 결과를 물을 때, 비로소 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린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했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