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에서 치과를 제외하겠다는 움직임이 집요하게 전개되고 있다. 몇 해전부터 병원협회에서는 종합병원내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돼 있는 치과를 배제하려고 법 개정을 청원해 왔다. 지난달 金聖順(김성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이 의사죽이기 의료법 개정법안을 마련할 때 종합병원 내 치과설치 의무화를 없앤다는 조항을 집어 넣은 것도 그런 맥락이다. 민주당 당론으로까지 추진하던 이 문제는 지난 16일에 들어서야 비로소 일단락 됐지만 이런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우리는 병협이나 정치권 모두에게 과연 진정으로 국민의 건강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를 묻고 싶을 뿐이다.
종합병원은 일반 기업과는 다르다. 단순히 이윤추구를 위해서 존재하는 수퍼마켓이 아니다. 기업의 설립목적도 단순히 이윤창출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기업은 인류의 삶을 질적으로 높이는 사회적 순기능을 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윤은 이러한 과정상에서 파생되는 일부인 것이다. 그런데 하물며 종합병원이라 함은 더할 나위가 없는 것이다. 환자를 끌어모아 이윤을 챙기겠다는 목적으로 종합병원을 설립했다면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종합병원은 이미 설립부터가 사회적으로 공적인 기능을 수반한다. 그러기에 정부가 한 지역내에 필요 이상으로 설립되는 것을 통제하는 것이다.
이러한 종합병원의 공공기관적 기능을 망각한채 채산성이 없다는 이유로 치과를 배제하려는 것은 오로지 환자를 통해 돈만 벌겠다는 저차원적 경영 발상이 아닌가 한다. 병협에서 지난 15일자로 국회보건복지위 의원과 보도매체에게 보낸 자료에서도 종합병원 70%이상인 400병상 미만 규모의 종합병원에서 치과의사의 환자 진료수가 1일 5명 미만이며 이직률이 높은데다가 결원시 충원이 용이하지 않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즉 병원수익이 나지 않는 과가 있을 필요가 없다는 논리이다. 물론 병원측도 이윤이 생겨야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렇다고 종합병원으로서의 공적 기능을 망각해서는 안될 일이다.
치협은 이번 사태를 맞이하여 매우 발빠르게 대처해 나갔다. 지난달 金聖順(김성순) 의원의 의료법개정안에 이 문제가 나왔을 때부터 민주당 당론을 처리하려던 최근까지 치협은 다각적인 채널을 동원하여 이를 저지해 나갔다. 치협이 민주당을 ‘반 구강보건정당’으로 규정하고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대처해 나간 결과 민주당에서 이 문제를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치과계도 앞으로 과제가 남았다. 이 문제는 올해 이렇게 끝날 수 있었지만 향후 계속 거론될 가능성이 많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종합병원내 치과존속에 대한 당위성을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치과의사들이 치과계의 사각지대인 종합병원에서 긍지를 가지고 근무할 수 있도록 관심과 후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가급적 일반 치과의원에서 다루지 못하는 구강악안면분야 전공자들의 진출을 돕는 것도 한 방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어쨌든 일차적으로 병협측의 각성부터 있어야 한다. 가뜩이나 의료인을 바라보는 국민 여론이 따가운 이 때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단순한 이유로 종합병원 내에 치과를 없애겠다는 논리를 펴는 것은 국민 호응은 고사하고 질타를 받기 십상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더 이상 국민들이 등을 돌리지 않도록 병협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