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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소자 치아 고통에서 탈출하다
(주)신흥 협찬, 장애인 진료소 개소

관리자 기자  2001.07.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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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청주교도소 방문, 위안 공연도 11일 청주교도소 장애인 재소자 구강진료를 떠나는 아침. 하늘이 웃을 듯 말 듯 잔뜩 찌푸린 얼굴이다. 어제 저녁에는 지난봄 한 친구로부터 선물 받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란 신영복씨의 옥중서간을 다시 한번 꺼내 읽었다. 그들을 만나러 가는 길. 몸보다는 마음으로 먼저 그들을 이해하고 다가서고 싶었기에…. 2시간 가량 고속도로를 달려 청주교도소에 도착하니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 낼 것 같던 서울의 하늘과는 달리 청주의 하늘빛이 강렬하다. 교도소 입구에서 휴대폰 등 몇몇 소지품을 간수에게 내주고 교도소로 들어섰다. 행사가 있을 강당으로 복도를 따라 향하는 길 사방이 온통 쇠창살이다. 복도 천장 위에 ‘바다는 메워도 사람의 욕심은 못 채운다’라고 쓰여진 간판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그런 간판을 몇개 지나 행사가 있을 강당으로 들어서니 어두운 하늘색 수감복에 흰 운동화 차림의 재소자들이 이미 자리를 메우고 있다. 林炯淳(임형순) 치협 부회장과 이수성 장애인 먼저실천중앙협의회 상임대표가 격려 인사 후, 재소자들을 위한 조촐한 식사와 공연이 마련됐다. 공연 후에는 앞으로 이곳에 있는 장애인 재소자들을 지속적으로 진료하게될 치과치료실 개소식이 이어졌다. 2~3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지만 이 공간은 재소자들을 위해서 유용하게 쓰여지게 될 것 같다. 그동안 청주교도소에는 신일규 원장만이 일주일에 한번 그것도 겨우 낙후된 치료시설에 의존해서 재소자들을 진료해 오고 있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순번에 따라서 진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당장 치통이 심하더라도 진통제를 복용하면서 오랫동안 순번을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었다. 그러나 이번 행사를 계기로 청주교도소의 재소자들은 앞으로 청주시치과의사회(회장 남수현)와 인연을 맺고 (주)신흥에서 제공한 신장비가 들어선 치과 진료실에서 정기적인 치아 검진을 받을 수 있게 된다니 반가운 소식이다. 준비된 일정이 끝난 후에는 사진 촬영이 금지된 가운데 간수들의 안내를 받으며 직업훈련장 등 잠시지만 교도소를 견학 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유난히 더운 날씨기도 하지만 교도소 안은 왠지 더 덥게만 느껴진다. 사방이 높은 담장으로 막혀있어서 그런지 교도소 안을 잠시 견학하고 나니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강당 안에 네 대 정도의 커다란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긴 하지만 더위를 쫓기에는 아무래도 역부족이다. 초여름인 지금이 이 정도인데 한 여름엔 얼마나 더 더울까. 문득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란 신영복 씨의 옥중서간 한 대목이 뇌리를 스친다.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의 열가지 스무가지 장점을 일시에 무색케 해버리는 결정적인 사실. 여름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 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사람을 단지 삼십칠도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인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 여름징역은 70~80년대 신영복 씨가 옥살이를 할 때나 2001년인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게 없나보다. 교도소 안내를 해주던 간수에게 슬쩍 물으니 재소자들은 한 방에 적게는 9~10명 많게는 16~17명 정도가 함께 한 감방에서 생활을 하게되는데, 날씨가 더워지는 여름이면 불쾌지수가 높아져서 그런지 재소자끼리 싸움이 잦아진다고 한다. 특히 정신지체장애재소자들인 경우 남을 배려할 줄 모르고 자신밖에 모르기 때문에 그런 다툼은 더 심하다고 한다. 우리야 행사를 마치고 돌아가서 시원한 냉방기 앞에 앉으면 그만이지만 선풍기 몇대로 버티며 이곳에서 무더운 한여름을 나야할 재소자들을 생각하니 마음 한 구석이 시큰하다. 사회에서 지은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는 일반적 생각조차 무색해지는 열악한 환경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을 뒤로하고 창살이 빼곡히 박혀있는 복도를 걸어나오다 복도 끝 창살사이로 하늘을 올려다 봤다. 창살 너머로 보이는 하늘이 오늘따라 더 없이 넓다. <강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