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에서도 예로부터 계와 같은 친목을 함께한 사조직의 상조회가 이어 내려오고 있다. 이 때는 계주가 주로 회원을 조직하고 돈을 관리하지만, 회원이 워낙 많아지고 액수도 커지면 보험회사라는 금융 단체에 위탁하든지 설립하여 운영을 하도록 한다. 현재에도 각종 명칭의 보험회사가 설립되어 있지만, 보험이란 결국 제 닭 잡아먹는 식으로, 가입자 각자가 낸 보험료를 기본으로 하여 소수의 피해자에게 일정액을 보상해 주고 남은 돈은 결국 보험회사의 수익금이 되는 것이다.
그 동안 국내의 각종 보험회사들은 외국 보험의 국내 진출 억제와 더불어 여러 가지 특혜를 받아 왔고, 부실할 때에는 공적 자금을 투여해서라도 이익이 많이 남도록 키워 주었다. 국내 대도시의 빌딩 가운에 손꼽을 만한 덩치의 빌딩은 보험회사 빌딩이 많은걸 봐도 짐작이 간다. 이론적으로 보험회사는 방만한 경영만 하지 않는다면 망하기가 참 힘들게 되어 있다.
사고 통계와 정보체계가 잘 발달되어 있고, 수준높은 경제 전문가들이 여러 상황을 정확히 분석하여, 지출되는 돈보다는 수입으로 들어올 돈이 많도록 구성원의 보험료를 책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보험의 하나인 국민건강보험은 재정이 바닥이 났다. 그것도 가입자가 전국민 대다수이고, 민간 보험이 아닌 사회 보험으로서 국가의 직·간접 관리와 지원을 받고 있는데도 말이다.
여느 보험회사들처럼 관리사 아줌마들이 일일이 직장을 찾아오는 일도 없이 직장인의 월급에서 일정액을 보험료로 꼬박꼬박 미리 공제했고, 질병 발생 추세와 진료 추세는 어느 사고 발생 추세보다도 잘 집계되어 있어 지출해야 할 돈은 미리 예상할 수 있건만 바닥이 난 후 그 핑계를 지역보험자들의 보험료 미납이 많고, 의료 기관들의 과잉 청구가 굉장히 심했던 것처럼 단속하고 공개하고 진료비 심사라는 칼을 휘둘러 의료인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계주가 돈 계산을 잘 못하고, 운영을 잘 못하면 회원들이 구조조정을 하거나 갈아치워야 할 판인데, 계주가 더 큰소리로 군림하려하면 안 된다. 자동차 보험을 보더라도 가입자의 사고를 줄여 이익을 많이 내기 위하여 예방적인 캠페인이나 활동을 많이 한다.
근래에는 가입자의 정기적 차량관리와 사고차의 과잉수리를 막기 위하여 매달 일정액을 내고 회원이 되면, 아예 인근 카센터를 통해서 무료로 정기 관리를 해주는 카센터중심의 차량관리 보험회사들도 생겨 있다. 정기적 관리로 차량고장과 사고율을 줄임으로써 고객에게는 적절한 서비스를 해주면서도 최대의 이익을 남기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이 적자운영이라면 새로운 방향으로 자구책을 노력해보아야 할 것이다. 치아우식 예방진료와 치주병 예방의 기본인 스켈링을 요양급여에서 제외시키면서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우선 다급한 치료비만 지불해 봐야 그 액수는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마련이고, 국민 개인의 건강관리비 개념의 진료비체계를 구축하지 아니하고 단지 진료행위에 대한 보상하는 현재 체계하에서는 언제나 과잉진료 시비가 끊일 수 없다.
또한 전문성있는 사람들에 의한 운영과 더불어 진료비 청구심사가 필요없는 제도개발로 자체 인원 감축등 구조조정을 통하지 아니하고는 이 보험회사는 계속 방만하다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며, 의료인들은 계속 자존심을 상하게 될 것이다.